
지난 주 광주시 자치행정과에는 타 지역 언론사부터 많은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광주시가 지난 3일 신종플루 확산 방지를 위한 범시민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해 세계광엑스포, 김치문화축제 등 대규모 행사를 전격 취소했기 때문이었다.
광주시는 전국 광역지자체 중 신종플루에 가장 발빠르게 대응해 모범사례 지자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박광태 광주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달 말까지 시의 입장은 ‘대규모 행사 개최 강행’이었다. 이달 들어서도 “신종플루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가능한 한 당초 예정대로 행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시의 공식 입장과 다른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대규모 행사 취소 가능성을 내비친데 이어 지난 2일에는 “아무리 중요한 사업이나 행사라도 시민 한 사람의 생명이 더욱 소중하다”는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이 같은 박 시장의 의지에 2일 오후 행안부 지침이 내려오며 광주시와 5개 구청의 대규모 행사가 사실상 전격 취소된 것이다.
단체장이 앞장서 대규모 행사나 축제 취소 가능성을 내비치기는 쉽지 않다. 지방선거가 내년으로 다가 온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고뇌에 찬 결단’이란 말이 회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견지명에 ‘정치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도 있지만 어떻든 시민들로부터 박수 받을 만한 언행임에는 분명했다.
7일 오후 빛고을 건강타운에서 신종플루 취약계층인 노년층 등 3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행사는 그래서 이해하기 힘들다. 시는 후원만 했을 뿐 시가 개최한 행사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2015년 하계U대회 유치 100일 기념행사였고 박 시장이 무대에 올라 인사말을 했다. 많은 공무원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시민안전이 최우선이란 말은 ‘말짱 도루묵’된 걸까.
박중재 <자치부 기자> being@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