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왔다. 파전에 막걸리가 생각났다. ‘비만 오면 생각나는 그 파전~’. 뇌속이 단순해서인지, 으레 ‘열받은’ 후라이팬에에 파지직 파전 반죽 퍼져나가는 소리, 양은 주전자에 가득찬 막걸리를 낡은 탁배기에 좔좔좔 졸졸졸 따르는 소리, 군침돈다. 올봄에는 비가 많이 자주 올 거란다. 이런 날 철퍼덕 앉아서 막걸리잔 기울이기 딱좋은 선술집 한 곳쯤은 찜해 두는 것이 올 봄 ‘필수품’일 것 같다.
광주 동구 장동에 있는 ‘월가’(주인 김지향)는 그런 집이다. 삼합·생선조림·묵은지수육·파전은 안주거리로 안성맞춤이요, 애호박찌개는 밥먹기 좋다.
뭐니뭐니 해도 이집의 김치 맛이 첫손에 꼽힌다. 주인 김 씨가 매년 담가서 내놓는데, 바닷바람 맞아 섬유질이 많고 강해서 오래 보관해도 좋은 해남배추로 김치를 담근다. 고추며 갖은 양념거리들은 고향인 진도에서 공급된다. 상호인 ‘월가’는 고향마을 이름. 시댁과 친정이 농사를 지어 보내주는 덕에 1년 김치농사를 항상 튼실하게 지을 수 있다. 김치독 보관은 땅속이다. 요즘 김치냉장고가 좋다고는 하나, 보관하기에 편리할 따름이지, 땅속의 오묘한 조화속까지 끌어들이지는 못할 터. 독에 묻은 김치의 깊은맛과 사각거림을 어찌 따라올쏘냐. 김치그릇에 젓가락질 바쁘다. 삼합에 나오는 묵은지는 3년된 것이다. 땅기운을 받은 연륜이 오래돼서 맛도 깊다
애호박찌개에는 비게가 있는 돼지고기를 써야 기름지고 고소하다. 탁자 옆 주방에서 도마소리 들린다. 마늘은 칼등으로 자근자근, 애호박 써는 소리 또닥또닥, 돼지고기 듬성듬성 썰어 보글보글 끓여내온다. 비오는 날은 소리가 아래로 가라 앉는다. 도마소리가 유독 귀속에 뜨이는 것이 날씨 탓인지, 더욱 친근하다.
△차림(가격: 애호박찌개 6000원, 파전 7000원, 생선조림·묵은지수육 1만5000원, 삼합 중 2만·대 3만원
△주소: 광주 동구 장동 39-23(전남여고 뒤편 복개도로)
△전화: 062-227-2141
글=임정희 기자 oksusu@gjdream.com
사진=함인호 ino@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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