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옻은 복용시 몸의 방부제·살충제 구실을 한다. 동의보감에는 “마른 옻은 뭉쳐 있는 나쁜 피를 풀어주고, 장을 잘 통하게 하고, 기생충을 죽이며 피로를 다스린다”고 돼 있다. 그래서 위장 질환을 가졌거나 몸이 냉한 사람들이 즐겨 먹으면 좋다 한다. 그러나 모든 약되는 것에는 독성이 함께 있다. 그 독성을 제거하면서 약성은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옻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독성을 제거한 진액을 상품화해 닭백숙집들이 많이 쓰고 있다.
광주 서구 금호동 시골농장(주인 김정숙). 시골 할머니집을 연상하면 될 정도로 도시속에 숨은 시골풍경이다. 10년이 넘게 닭백숙집을 하고 있다. 상위에 올라오는 채소류는 주변 텃밭에서 재배한다. 김장김치에 쓰는 배추도 기르고, 쌈거리 채소들도 언제든 여기저기서 뜯어온다. ‘녹두만 중국산’이라고 표기돼있다. 무엇보다 이집에서만 볼 수 있는 드문 풍경하나. 김치 담글 때 쓰는 마른고추를 손질하는 모습이다. 요즘엔 각 가정에서도 고춧가루로 김치를 담근다. 한꺼번에 고추를 사다가 손질해서 고춧가루로 준비해두는 것이다. 그러나 이집에서는 커다란 고추 한 푸대를 앞에 놓고 할머니들이 손질하고 있었다. 고추 한 개 한 개 일일이 먼지 닦아내고 상한 것 추려 낸 다음, 마늘 양파 생강 젓갈 등 넣어 김치양념으로 쓰는 것이다. 그 정성이 좋다.
그렇게 담근 생김치가 상에 올라와있다. 그리고 지난 겨울에 담갔을 묵은지가 말갛고 불그스레한 빛을 띠고 ‘동석’해있다. 열무지도 있고, 김치만으로도 밥 한그릇 거뜬히 먹겠다. 옻닭에 쓰는 닭은 시골에서 풀어 키운 닭을 가져와 쓴다. 퍽퍽살은 손님이 원하는 대로 육회로 먹기도 하고, 그냥 삶아서도 준다. 옻닭물도 한 주전자 나오고 옻닭을 다 먹고 나면 녹두죽이 나온다. 녹두죽에는 찹쌀만 쓴다.
계절적으로 닭백숙을 즐겨 찾는 때가 왔다. 천천히 옻물 한 잔 마시고, 닭 백숙 뜯고, 녹두죽까지 먹고 나면, 참 좋다. 몸이 귀한 대접 받은 것 같다.
△차림: 닭백숙·닭도리탕 3만5000원, 옻닭 4만5000원
△주소: 광주 서구 금호동 부영아파트 102동 건너편 △전화: 062-681-0649
글=임정희 기자 oksusu@gjdream.com
사진=함인호 ino@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