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수일통닭’·‘양동통닭’

둥근 공이 함성과 함께 감동을 부르는 시절이다. 뚜껑 열린 월드컵, 응원엔 역시 시원한 맥주에 통닭이다. 광주에서 통닭 좀 먹어봤다는 사람들은 간판 마주 보고 있는 이 두 통닭집을 무수히 들락거렸을 것이다. 양동시장의 ‘양동통닭’과 ‘수일통닭’. 근 40년을 서로 공생하며 광주의 ‘통닭계’를 완전히 평정한 ‘지존’들이다. 목포나 순천에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해 늘 찾아드는 단골이 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배달과 포장해 가는 사람이 태반이지만 진정한 통닭맛을 아는 사람들은 와서 먹는다. 기름에서 갓 건져낸 뜨거운 통닭이 맛도 최고다. 낡은 탁자와 의자들의 조밀한 배열, 아날로그적 감성이 살아있는 풍경은 덤이다. 늘 손님이 가게 안에 가득하고, 축구 구경으로 이보다 좋은 공간이 없다. 거기 가면 오랜 명성이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실감할 수 있다.
하루 이틀 장사가 아니다. 70년대 초반 통닭의 전설이 시작됐다. 시초는 양동통닭이었다. 즐비한 생닭 가게들 옆에서 튀김을 팔다가 재미삼아 닭을 한 번 튀겼다. 반응이 폭발적이어서 메뉴로 팔기 시작했다. 입소문은 금방 퍼졌고, 바삭한 튀김옷에 사람들은 매료됐다. 시장 입구에 임시 탁자와 의자를 즐비하게 늘어놓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됐다.
40년이 지난 지금은 두 통닭집 모두 2세들이 운영을 하는데 맛의 깊이를 정립한 것도 사실 이들의 몫이었다. 생닭은 냉장고에 넣지 않는다. 얼음이 든 아이스박스에 넣어둔다. “냉장고에 들어가는 순간 닭의 육즙이 사라진다”는 게 수일통닭 양기만(44) 씨의 말이다. 양념도 인공조미료 없이 생강과 마늘, 양파를 직접 갈아서 첨가한다.
맛의 비법은 튀김옷에 있다. 성분은 공개불가다. 안은 촉촉하고 겉은 바삭하게 튀기는 비법은 불조절이다. 강불과 약불을 적절히 섞어가며 불의 틈을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기름을 자주 바꿔주는 것도 중요한 비법이다.
복날이거나 한국시리즈가 광주에서 열리면 하루 1000마리를 튀겨도 부족할 때가 있다. 월드컵 때도 다르지 않다. 축구는 늘 통닭을 부르기 마련이고, 한 병에 2000원인 맥주값은 술맛을 개운하게 한다.
△차림(가격): 후라이드 1만4000원, 양념 1만5000원, 반마리 8000원
△수일통닭 주소: 광주 서구 양동 5-1 △전화: 062-369-8916
△양동통닭 주소: 광주 서구 양동 5-106 △전화: 062-364-5410
글=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사진=함인호 ino@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