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소태동 ‘하늘샘’

참 착한 밥상을 차린다. 광주 동구 소태동 무등중학교 앞 ‘하늘샘’(주인 김귀숙) 식당. 법원 부근에서 식당을 오래하다, 2년 쯤 전에 이곳으로 옮겨왔다. 주요 차림은 메기탕과 추어탕, 오리탕. 손님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왜냐? 요즘처럼 식재료 비쌀 때도, 한결같은 상을 차리기 때문이다.
‘금배추’를 날마다 하루 두세번씩 버무려 생김치로 차려놓는다. 메기탕이나 추어탕에 쓰는 시래기도 말려뒀다 쓰는 무청이 아니라, 애기배추이다. 그러니, 얼마나 재료값이 많이 들겠는가. 그렇지만 ‘나 어려우면 손님들도 어렵다. 버틸 때까지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밥값을 올리지 않고 차려내고 있다.
고추 마늘 생강 등 밑재료들도 전부 진도에서 농사지어 조달한다. 오전 8시쯤 출근해 밤에 문 닫을 때까지 주인 김 씨는 한시도 쉴 새 없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한결같은 맛을 손님들에게 선보이는 데는 그의 부지런함과 손맛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메기는 하루 이틀 쓸 분량만 들여온다. 오래되면 신선도가 떨어져, 맛이 덜하다. 메기가 껍질이 벗겨지고 뻣뻣해지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메기로는 탕을 끓여도 맛이 없다.
따로 육수는 내지 않는다. 매기 자체 맛으로 끓인다. 매기가 자잘한 것보다는 큰 것을 쓴다. 싱싱한 것을 삶으면 사골 국물처럼 뽀얗게 우러난다. 맛이 고소하고 기름지다. 이 국물에 생들깨를 갈아서 깻물을 넣는다. 들깻가루를 넣는 것보다 덜 텁텁하고 국물맛이 훨씬 고소하다. 다 끓여서 한숟가락 간을 봤을 때 시원한 뒷맛이 살아있으면 오늘 끓인 탕맛 ‘합격’이다.
미꾸라지도 푹 잘 삶아서 손으로 일일이 뼈를 발라낸다. 고깃살이 많다. 고깃살을 앞니로 잘근잘근 씹어보면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부드러우면서도 고깃살이 풀어지지 않게 하려고 삶아내는 시간이 노하우이다.
밑반찬 깔끔하고 정갈하게 놓였다. 숙주나물 묵은지된장무침 멸치볶음 등 탕이 매콤하니,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운 맛의 밑반찬이 어울린다.
가을 입맛 살려주는 이집 추어탕과 메기탕, 강추다.
△차림: 추어탕 6000원, 메기탕 중 2만5000원·대 3만3000원
△주소: 광주 동구 소태동 653-15(무등중학교 앞)
△전화: 062-233-2253
글=임정희 기자 oksusu@gjdream.com
사진=함인호 ino@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