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사한 가을햇살이 파릇한 나무들로 가득찬 앞마당을 비춘다. 반질반질하게 닦여있는 장독들이 조르라니 햇볕보기를 하고 있다. 도심의 아파트 살림살이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광주 동구 장동 전여고 후문 복개도로에 자리한 ‘은강’(주인 이동명). 항시 반듯하고 정겹게 맞이하는 나무들과 툇마루가 좋다.
한정식과 엄나무삼계탕을 맛있게 차려내는 이집의 촌닭떡국맛도 일품이다.
이집의 떡국은 촌닭을 닭장으로 준비해뒀다 끓인 것으로 고소하고 개미가 있다. 육계로 끓인 떡국이 흉내낼 수 없는 맛이다.
닭장이란, 닭 장조림 정도로 생각하면 쉽다. 촌닭을 적당한 크기로 토막내 뜨거운 물에 데쳐낸다. 기름기와 잡내를 제거하는데 필요한 과정이다. 그런 다음 집에서 직접 담근 집장으로 삼삼하게 장조림을 한다. 이 닭장으로 끓여내온 떡국이다. 촌닭은 육계와 달리 식감이 쫄깃하고 고소하다. 부드럽고 슴슴한 육계 맛은 저리 가라,다.
떡국은 직접 방앗간에서 떡대를 뺀다. 요즘 흔히 살 수 있는 떡으로는 떡국 맛을 내기 어렵다. 밀가루가 섞인 것이 많아 금새 딱딱해져버리는 데다 국물이 틉틉해진다. 맛을 내는데는 재료선정부터 만들어내기까지 모든 게 정성이다.
떡국은 예로부터 임금님 상에 올릴 때나 귀한 상에 꼭 꿩고기로 떡국을 끓였다. 그러나 꿩은 잡기 힘들었고 쇠고기는 비싸 대신 닭으로 국물을 내고 고명을 만들어 얹은 것에서 ‘꿩대신 닭’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사냥을 하던 옛시대에도 꿩이 부족했던 터이니 요즘같은 세상이야 양식이 아니라면 꿩 구하기는 어려운 일이고, 그나마 촌닭조차도 찾아보기 힘드니, ‘꿩대신 닭’이 아니라 ‘꿩보다 촌닭’이겠다.
열양세시기나 동국세시기를 보면 떡국을 ‘엽전 모양으로 잘게 썰어 장국에다 넣고 끓였다’고 돼 있다. 떡국의 모양이 엽전처럼 동그랗게 생겼다는 말인데, 현재처럼 타원형으로 된 데는 먹을 것 부족했던 백성들의 지혜이다. 원모양일 때보다 비스듬히 썰었을 때 길이가 거의 두배다. 한눈에 보기에 양이 많아보인다. 부족한 음식을 눈으로라도 많게 보이려고 했던 어려운 살림살이의 운영의 묘이다.
닭장국에 끓여내온 떡국만 꼬소롬하고 기름진 국물맛이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다. 기름기 없는 생김을 불기에 앞뒤를 쐬어 바사삭바사삭 비벼 넣고 먹으면 김의 향기로운 맛이 입안 가득하다. 한정식을 겸하는 집이라 밑반찬 푸짐하고, 재래종 갓으로 담근 보랏빛 물김치맛이 상큼하다.
△차림(가격): 떡국 7000원, 백반정식·삼계탕 1만2000원
△주소: 광주 동구 장동 51-4(전남여고 후문~복개도로)
△전화: 062-227-5986
글=임정희 기자 oksusu@gjdream.com
사진=함인호 ino@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