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첨단 선가원(빛고을 홍어마당)

 타지에서 광주에 온 사람들은 유독 ‘한정식’을 찾는다. 잔칫상처럼 떡하니 차려내온 맛난 밥상을 받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광주사람들은 늘 고민이다. 전라도 밥상을 선보여줄 만한 맛있는 집을 고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집 한 곳 추천한다. 광주 첨단지구 정부합동청사 부근의 ‘선가원’(옛 ‘빛고을홍어마당’·주인 선영주). 북구 두암동에서 이곳으로 1년쯤 전에 옮겨왔다.

 이집은 흑산도 홍어를 쓴다. 광주 홍어집 중 몇 안 되는 흑산도 홍어이다. 지금 흑산도에서는 홍어가 많이 잡힌다. 많이 잡힐 때 사서 저장해둔다. 홍어사시미, 홍어탕, 삼합, 홍어애국, 홍어무침, 홍어전, 홍어찜… 홍어로 만드는 모든 음식이 가능하다.

 김장 담글 때는 김치 담그는 사람을 따로 산다. 도저히 있는 사람들끼리 담글 수 없는 양이다. 그것도 몇날며칠을 담근다. 지난해에는 대파김치도 담갔다. 대파를 수백단 사다, 손질해서 김치로 담갔다. 푹 삭혀 깊은 맛 나니, 지금 상위에 올려 놓는다. 갓이며 깍두기, 양파 김치 등 1년 농사 짓듯 제철에 정성스레 준비해둔다. 씨앗 베개 베고 자는 농부의 심정이다. 샐러드에 소스 얹어서 내놓는 즉석 요리들도 그 맛이 새롭지만, 1년 2년 3년을 미리 준비하는 마음으로 차려진 상에 비할 바 아니다. 도회지 자식들에게 보낼 먹을 거리 장만하는 시골 어머니의 마음으로 준비하는 밥상이다. 그 정성이 느껴지니, 좋은 사람들하고 나눠 먹고 싶은 음식이다.

 겨울철 메뉴인 매생이국도 끓인다. 매생이는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다. 매생이가 유행하다보니, 서울에서도 맛보기는 가능하지만, 전라도 매생이 맛이 아니다. 매생이는 그렇게 훌러덩 국물 많게 끓이는 것이 아니다. 젓가락으로 집어먹어야 할 만큼 매생이가 듬뿍 들어가야 맛있다.

 볏짚낙지호롱도 있다. 산낙지를 볏짚에 꿴다. 낙지 양념은 과일 소스를 만들어, 발라준다. 살짝 익혀서 내온 낙지 호롱은 싱싱한 맛과 익힌 맛의 절묘한 조화다. 탱글탱글하고 쫄깃하다. 벌교 꼬막은 또 어떠한가. 막 삶아내온 참꼬막, 껍데기 속에서 나온 윤기 반질반질한 알맹이, 겨울 바닷내음 물씬 풍긴다. 겨울맛으로 ‘굴’도 빠질 수 없다. 노릇노릇 지져내온 굴전이다.

 밑반찬으로 나온 감태, 쌉싸래하면서도 칼칼한 이 깊고깊은 맛을 아는 사람들은 감탄사 연발할 것이다. 굳이 많은 반찬 필요없이 이 한가지에도 밥 한 그릇 쯤이야, 금세 해치운다. 어디 그뿐인가, 토란탕, 캬~ 해물육수로 끓은 맑은 탕의 그 개운한 맛이란 게 참, 환상적이었다.

 함박눈 내리는 날, 선가원에서 ‘겨울맛’ 보는 재미가 좋았다.(이번 신정 연휴는 쉰다.)

 △차림(가격): 굴비정식 1만5000원, 매생이국 1만원, 홍어애국 6000원, 홍어탕·찜·삼합·사시미 소 3만원·중 4만원·대 5만원

 △주소: 광주 광산구 쌍암동 686-7번지 △전화: 062-261-0001, 062-251-2266

 글=임정희 기자 oksusu@gjdream.com

 사진=함인호 ino@gjdream.com



※ 주소가 변경 되었습니다. 2012.04.02
광주 북구 용봉동 1340-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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