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밀락원’

 2004년 4월부터 본보에 ‘맛있는집’ 기사를 써왔다. 햇수로 8년째. 길다. 아직 10년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취재해왔던 집들을 한곳한곳 광주드림 홈페이지에서 검색해보니, 여전히 그옛날의 그맛을 유지하고 있는 집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문을 닫고 사라진 집도 있다. 신문에 나왔다고 사람들이 찾아오고 방송사에서도 앞다퉈 보도를 해, 번듯하게 개축한 집도 있다.

 맛본 지는 오래됐지만 묵은지 마냥 맛이 점점 더 깊어져서 전라도 맛을 유지해주는 든든한 집들을 보니 반갑다. 맨 첫집으로 소개했던 곳은 자취를 감췄다. 애석하다. 맨 된장맛이 일품이었는데. 오래된 한옥에 장맛이 그윽하게 밴 집, 양식도 수입도 없다는 짱뚱어탕집, 꼬소롬한 담양식떡갈비집, 오래된 나무와 교회·돌담이 있는 동네에서 끓여내는 옛날식 순대국밥집, 생태탕하면 인상적인 실내장식과 함께 떠오르는 낡은 집, 생물맛을 그대로 갖고 있는 병치·갈치조림집 등등 호사스럽다할지 몰라도 한끝차이로 그 맛이 달라지는 ‘맛 있고 없음’을 찾아, 무던히도 다녔다. ‘그때 왜 이런 집을 소개했을까’ 반성하게 하는 집들도 있어서 마음이 무겁다.

 훌훌 털고 동구 예술의 거리에 있는 ‘밀락원’을 찾아나섰다. 8년전이나 지금이나 사시사철 한결같이 입구에는 확독에 꽃송이들이 동동 띄워져 있다. 바뀌지 않은 것이 이것만이 아니다. 가격도 여전히 5000원이고, 환하고 반갑게 맞이하는 이집 주인의 목소리도 그대로다. 보글보글 밥상 한가운뎃자리 차지하는 계란찜도 건재하다. 이집 주인 김성숙 씨는 “계란 값 오르면 내가 조금 덜 먹고 차려내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밥상을 준비한다. 된장찌개는 아침마다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준비해두고 손님오면 풋고추 두부 감자 파 등을 넣고 된장물 풀어서 팍팍 끓여내온다.

 전국 어디에서나 같은 맛을 내는 대형체인음식점들은 흉내낼 수 없는 맛이다. 속도와 규모에 치여 점점 쪼그라들고 사라져가는 작은 전라도맛집들이 이집 밀락원처럼 항상 그 자리에서 그 맛으로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차림표: 된장국 5000원

 △주소: 광주 동구 궁동 52-3(예술의거리)

 △전화: 062-225-2679

 글=임정희 기자 oksusu@gjdream.com

 사진=함인호 ino@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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