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두암동 ‘자연식당’·금동 ‘엄마네’

며칠전 맛집으로 소개할 요량으로 지인의 추천을 받아 찾아간 집이 있다. 광주 서구 쌍촌동 쪽이다. 한번 발 들이면 오래도록 단골된다는 말도 뒤따랐다. 다른 지인은 아직 이집이 맛집에 소개되지 않았느냐고 되묻는다. 기대가 잔뜩 됐다. 좁다. 신발 벗는 곳도 좁고 앉으면 일행끼리 굉장히 친한 사이처럼 따닥따닥 붙어서 먹어야 한다. 테이블 5~6개. 앉은 자리에서 부엌의 불꽃이 너울너울 훤히 비친다. 저 센불에 김치찌개며 된장찌개, 청국장 등을 끓여서 내놓으니 맛있나 보다고 추측한다. 주인 아줌마 혼자 음식을 장만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메뉴를 주문하면 바쁘다. 결국 김치찌개만 맛봤다. 근데 조금 맛이 아심찮하다. 먹는 동안 바깥창 너머로 계속 손님들이 자리있나 없나 쳐다보다 자리 없네,하고 실망하는 표정으로 발길 돌리는 것을 봤는데, 어째 내 입맛에는 김치찌개가 함량 미달이다. 그래서 이집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몇년 전쯤에 소개한 이집처럼 테이블 4~5개 정도로 좁지만, 맛은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는 집으로 대신한다.
▶두암동 ‘자연식당’= 이집은 정말 꾸꿈스런 집이다. 북구 에덴병원 골목길을 죽 따라 내려가다보면 그 끝에 있다. 가게 한쪽문 셔터는 올리지도 않아 ‘문 열었나?’ 싶다. 낮에는 가끔 닫혀 있기도 하다. 점심 먹으려면 미리 예약하는 게 헛걸음하지 않는 길이다. 상호도 따로 적혀 있지 않다. 지붕위 간판에 ‘대중음식점’이라고 붙어있다. 12~13년 쯤 전에 ‘자연식당’(주인 박옥자)이라고 상호는 정했으나, 간판으로 붙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손님이 계속 온다.
주요 차림은 삼합과 버섯탕과 계절음식. 겨울철에는 매생이탕이나 생태탕을 한다. 남광주시장에서 날마다 시장 봐오고 삼겹살 삶고 담양 월산면에서 자생화 키우는 문장수 씨 농장에 묻어둔 김장김치를 가져다 삼합을 차린다. 버섯탕은 주인 박 씨가 직접 산에서 채취해오는 것들로 끓인다. 버섯만이 아니다. 겨울철만 빼고 봄부터는 직접 캐온 산나물들을 상에 올린다.(그래서 낮에는 예약을 해야 허탕치지 않는다.)
밑반찬이 이집의 자랑거리이다. 우선 매생이전. 겉은 바삭거리고 속은 부드럽게 익힌 매생이전, 이집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음식이다. 쌉쓰름한 감태며 1년내내 차리는 톳 등 귀한 해물 밑반찬들에 먼저 반한다.
△주소: 광주 북구 두암동 831-5번지
△전화: 062-264-7121
▶금동 ‘엄마네’ 돼지찌개= 이집은 ‘화끈하게’ 매운 집이다. 입안이 얼얼하고 맑은 침이 한없이 고여나올 정도로 매콤한 ‘돼지찌개’다. 동구 궁동(옛 남도극장 앞) ‘엄마네’. 15년이 넘었다. 예전에 먹었던 단골들이 이제는 전국에 퍼져 있을 것이니, 이 단골들이 광주 오면 꼬박꼬박 옛맛을 찾아 들리는 집이다. “강남에서도 찾아온다”고 주인 하숙진 씨는 말한다. 돼지찌개는 주인이 “어렸을 때 5~6월이면 애호박 숭숭 썰어넣고 돼지고기 볶아서 모내기상으로 내온 음식”을 차려낸 것이다.
날마다 오전 오후 두번 돼지고기가 들어온다. 고기 부위 중에서도 박살이 많이 붙어있는 목살부위만을 쓴다. 냉동고기를 쓰지 않으니 고기가 들어오지 않는 일요일은 휴무. 매운맛 내는 고추는 외국산을 쓰면 매운 뒷맛이 오래 남기 때문에 우리나라 태양초 고추로 맛을 낸다.
냄비에 넘치게 끓여 내온 돼지찌개를 밥에 썩썩 비벼 먹는다. 이때 조심하라. 상당히 매우니. 콧등에 송송 땀나면 밥상 위에 넓게 자리 차지하고 있는 달걀 프라이의 용도를 깨득하게 된다. 달걀프라이가 매운맛을 줄여주는 데 한몫하기 때문이다. 숙주나물과 단무지 등 밑반찬도 깔끔하다.
△주소: 동구 금동 78번지(옛 남도극장 앞)
△전화: 062-234-7082
글=임정희 기자 oksusu@gjdream.com
사진=함인호 ino@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