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해물궁전’

광주 동구 궁동 예술의 거리를 수도 없이 드나들면서도 다니는 맛집만 다닌다. 사람의 입맛이란 게 도전정신도 가져야 새로운 집도 개발할 터인데, 된장국은 어디, 생선조림은 저기 하는 식으로 붙박이로 다닌다. 이런 손님들 탓에 이제 막 시작한 집들이 자리잡기가 수월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예술의 거리 골목에 자리잡고 있는 ‘해물궁전’(주인 이순옥). ‘밑반찬 실하고 가격도 착하고 음식맛도 괜찮다’는 추천사를 듣고 찾았다. 이방 저방 온돌방들이다. 봄날씨 변덕스럽게 바람 불고 흙먼지 뒤집어쓴 비도 조금 내린 날, 구들장 뜨끈하게 데워져있으니 잘 찾아들었다는 생각이다.
방의 규모로나 차림새가 여러 모임 갖기에도 적당하다 싶게 실내가 깔끔하다. 단골들은 주로 노년층. 주인이 손님들 찾아오면 이방 저방 다니며 차린 것 부족함 없나, 챙겨본다.
세꼬시, 생우럭탕, 생선구이정식, 바지락회비빔밥, 고등어조림 등 생선 재료 차림이다. 여러가지 고루고루 손님들에게 인기가 있나보다. 생우럭탕을 주문했다.
시간이 10여 분 걸린다.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다. 모든 밥이 바로 지은 돌솥밥이다. 좋은 쌀로 곧바로 해온 솥밥이 참 고슬고슬하니 맛있다. 멥쌀에 찹쌀을 조금 섞어서 짓는다. 어느 집은 돌솥바닥에 콩기름 발라서 짓기 때문에 누룽지에 물 부으면 기름이 동동 뜨는데, 이집은 구수한 숭늉맛을 느낄 수 있는 밥이다. 모든 게 불 조절과 정성이다.
밑반찬도 호박과 버섯 볶음, 취나물, 감자볶음, 콩나물, 꽈리고추메추리알 장조림, 멸치젓갈, 배추김치, 갓김치 등이 깔끔하게 놓였다. 특히 멸치젓갈은 약 5센치미터 되는 중소멸로 형체가 으스러지지 않고 그대로 보존돼 있다. 가지런하게 놓여있는 게 먹음직스럽다. 비린내 없이 짭쪼롬하니 입맛 당긴다. 멸치는 추자멸치다. 지금은 잔멸치이고, 다음달쯤에는 큰멸치들이 잡힌다. 그 때 많이 사서 내년에 먹을 것까지 젓갈을 담근다. 알맞게 삭힌 다음 청양고추 양파 마늘 생강 등을 넣고 고실고실하게 묻혀 내놓는다.
젓갈도 담그는데, 김치나 나머지 밑반찬 직접 장만하는 것이야 당연지사다. 마늘 생강 들깨 등도 국내산 재료들이다.
생우럭탕 맛, 기름지고 묵직하고 얼큰하게 차악 달라붙는다.
밤이라면 세꼬시에 소주 한 잔 하기에도 딱 좋다. 회 이외에도 입맛 다시게 나오는 명태전 표고버섯전 참치회 멍게 낙지탕탕이 등, 알차고 푸짐하다.
△차림: 세꼬시 소 2만5천·중 3만5천·대 4만5천원, 생선구이정식·농어회무침 7000원, 생우럭탕 8000원, 바지락회비빔밥 6000원
△주소: 광주 동구 궁동 37-2번지
△전화: 062-236-3679
글=임정희 기자 oksusu@gjdream.com
사진=함인호 ino@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