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계림동 ‘대광추어탕’

“고추를 우리 것으로 좋은 걸 써.” 이 한마디에 후욱 반해서 들어선 집이다.
광주 동구 대인시장에서 고추장사하는 아짐의 말이다. “다른 집은 모르지. 뭘 쓰는지. 그렇지만 이집은 내가 고추를 대잖아. 그니까 알아. 고추는 확실히 좋은 걸 써.” 그집이 광주 동구 계림동 ‘대광추어탕’. 고추만이 아니다. 들깨는 안주인 고향인 보성에서 가져온다. 재료들을 다 국내산 쓸 뿐더러 상품으로 쓴다. 좋은 재료가 좋은 맛을 낸다.
이 동네가 추어탕 거리다. 양쪽으로 추어탕집들이 주욱 있다. 옛날에 추어탕 딱 한솥만 끓여서 점심시간에만 팔고 문 닫는 추어탕 집도 여기 있다.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댄다. 어느 한 집이 생겨나고, 그 옆에 다른 집들이 생겨나면서 추어탕 거리가 됐을 것이다. 대광추어탕도 추어탕 집이랑 거의 비슷한 시기에 생겼다. 30년쯤 됐다는 얘기다. 근데 대광추어탕은 처음에는 여름장사로 콩물국수만 했다. 여름장사만 하다보니, 겨울철엔 놀았다. 그래서 20년쯤 전부는 추어탕을 함께 했다. 요즘에도 여름에는 콩물국수를 한다. 콩도 보성에서 농사지어 가져오므로, 믿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낮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 벌써 자리가 없다. 식당 공간이 나뉘어 있다. 서너개 놓인 입식 테이블 공간과 6개쯤 상이 놓인 방, 그리고 주방을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가면 한옥의 집에 또 방들이 있다. 상당히 넓다. 근데 벌써 손님들 그득하게 앉아서 추어탕만 기다리고 있었다. 좁다랗지만 장독대도 있고, 장독들 앞에 살아있는 미꾸라지들이 담겨있는 빨간 다라이도 있다.
추어탕을 끓이려면 산 미꾸라지를 물에 넣어 일단 흙냄새를 없앤다. 그릇에 담아 소금을 뿌리고 뚜껑을 닫아 진흙도 토하게 한다. 껍질을 박박 닦아 미끌미끌한 질감도 없애줘야 한다. 옛날에는 호박잎으로 박박 닦았다. 손질만도 여러 정성이 들어간다.
미나리무침·깍두기·생김치·젓갈·양념장이 밑반찬으로 차려졌다. 보글보글 추어탕과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밥이 놓였다. 추어탕에 밥을 먼저 반 공기만 말아서 드시고, 다시 나머지 밥을 말아드시라,는 문구를 붙여뒀다. 밥 한 그릇을 한꺼번에 넣으면 불어서 국물이 줄어들고 맛이 없어진다는 설명과 함께.
추어탕 국물 진하다. 배추시래기를 썼다. 추어탕국물 밴 시래기가 보드랍고 쫄깃하니 씹을 맛 있다. 어느 밥상이든 밥그릇 국그릇 싹싹 비어있다.
추어탕으로 오진 꼴 본 날이었다.
△차림(가격): 추어탕 6000원
△주소: 광주 동구 계림동 479-9
△전화: 062-224-3028
글=임정희 기자 oksusu@gjdream.com
사진=함인호 ino@gjdrea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