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주·콩나물국밥·비빔밥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 좋은 봄날, 한번 만나시죠.” 전주에 있는 후배였다. 그래, 전주 국제영화제기간이기도 하니 전주로 튀자.

 무리하게 일정을 조정해, 지난 금요일(4월27일) 전주로 향했다. 사무실 후배들과 함께.

 봄볕이 좋았다. 광주 동구에서 출발한 지 1시간10분이 지나, 전주 남부시장에 도착했다. 점심으로는 전날 밤 마신 소주 독 해소를 위해 콩나물국밥을 먹기로 했다. 시장 내에 있는 `그때그집’으로 들어갔다. 삼백집·현대옥·별난콩나물국밥·전주왱이콩나물국밥집 등이 알고 있는, 그리고 명성있는 콩나물국밥집이다. 근데 전주후배가 안내한 집은 `그때그집’이라는 간판이었다. 후배는 이집의 비빔밥이 맛있어서 온다고 말했다. 콩나물국밥은 기본이고. 전주사람이 추천하는 집인데, 하고 콩나물국밥과 모주를 주문했다.

 모주 먼저.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 전주에서는 아침 해장술로 모주 한잔이면 `딱’이라고. 막걸리에 생강·대추·감초·인삼·계피 등 한약재를 넣고 푹 끓인 것이다. 진하고 부드럽고 달착지근한 맛이 난다. 시원하게 혹은 따뜻하게 기호에 따라 먹는다. 이맛에 맛들여, 광주에서도 콩나물국밥을 먹을라치면 반드시 모주를 주문한다.

 모주 마시는 동안 콩나물국밥이 등장했다. 곁들여 달걀 두개 노른자 동동 뜬 수란도 나왔다. 수란에 콩나물국물 두숟가락 넣고 김 부숴서 넣어 숟가락으로 휙휙 저어서 후루룩. 수란의 고소한 맛이 입안을 진정시킨다.

 다음은 콩나물국밥. 이집은 국밥의 온도가 적당히 낮은 것이다. 뚝배기에서 팔팔 끓지 않는다. 적당한 온도가 되레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국밥을 먹을 수록 청양고추에서 우러나온 칼칼하고 매운 맛이 온몸을 달군다. 이마에서 땀이 나고 재채기가 나온다. 광주에서 먹은 것보다 국물맛의 깊이와 넓이가 느껴진다.










 ▲콩나물 국밥

 국밥집을 나와 남부시장 한바퀴 휘~ 둘러본다. 남부시장도 2층 비어있는 상가들에 청년지원사업이 한창이다. 공방들이 들어올 채비를 하느라, 한창 공사중이다.

 이젠 한옥마을로 향한다. 한옥마을 전체 조망을 위해 오목대에서부터 내려온다. 몇년전에 들렀을 때와는 규모가 달라졌다. 새로 지어진 지붕들이 가득하다. 내려와 골목골목들을 뒤진다. 전통상품 가게, 이전저런 수공예품 공방들, 전시관 그리고 민박집·카페·찻집들이 오밀조밀 들어차있다. 계절적으로도 연두빛이 `사태’가 난 듯 사람을 흥겹게 일으켜세운다. 좋은 것에 취해 흥분상태를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뛸듯이 이골목 저골목을 돌아다녔다. 빼꼼이라도 대문이 열려있으면 그 집에 들어가 나무그늘 드리워진 평상에 앉아보았다. 그리고, 아쉬워했다. 광주에도 이런 공간들이 있었으면….










 ▲한옥마을에 민박집이 많다. 느릿느릿 골목길 걷다가, 마음 꽂힌 어느 집에서 하룻밤 `유’해도 좋겠다.










 ▲빼꼼히 열린 대문 열고 들어가, 저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 덕을 봤다. 평상이 놓여있어, 관광객이 쉬어가게 한다.










 ▲전주 영화의 거리에 내걸린 전주국제영화제 현수막이다. 봄날의 영화축제는 5월4일까지 진행한다.

 결국 한옥마을 골목들을 헤매다 전주국제영화제기간에 갔으면서도 영화는 보지 못했다. 영화제가 열리는 거리만 바람쐬듯 들렀다. 지나가는 이장호감독 일행을 봤고, 야외상설공연장에서 잠깐이지만 공연을 감상했다.

 이제 전주비빔밥집으로. `신뱅이’. 신전(新田)의 우리말. 새로운 터전·밭이라는 뜻이다. 아담한 한옥이 수선스럽지 않고 수수하다. 식탁 옆 창밖으로 보이는 안마당의 정취가 단아하다. 이런 곳이라면 무엇을 먹어도 맛있겠다,싶은 생각이 드는 집이다.

 이집은 콩나물국밥으로도 유명하지만, 소고기비빔밥과 김치전을 주문했다. 이집은 김치가 밑반찬이기도 하면서 주메뉴이다. 이집 주인 안명자 씨가 전통김치 명인이다. 김치맛이 사람을 사로잡는다.

 △`그때그집’ 주소: 전주 완산구 전동 3가 2-2(남부시장 산동 91호)/ 전화 063-231-6387

 △신뱅이 주소: 전주 완산구 교동 98-1(전주한옥마을 내)/ 전화 063-282-3030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간판이 발길을 잡았다. 커피와 차를 마시고 다시 골목을 헤집었다.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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