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팥죽’집 앞을 지나갈 때마다 나는 ‘행·복·하·다’.

 겨우내 동지죽 호박죽 팥죽을 맛있게 먹었다. 이집은 팥죽도 팥죽이지만, 막 담근 싱싱하고 매콤한 김치가 먼저 입맛을 당긴다. 적당량 덜어먹을 수 있게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질그릇에 담겨 나온다. 김치를 재활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집 주인 채인희 씨는 농산물 시장에 가면 가장 질 좋은 배추며 무를 찾는다. 대중식당을 운영하다보면, 품질좋은 식재료만 고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요즘처럼 재료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있을 땐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시장을 볼 때 가끔 주인 채씨는 갈등을 일으킨다. 김치 고춧가루 팥 노란콩 찹쌀 등 이집의 필수재료들을 모두 국내산으로 사다 보니 재료비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손님들은 `엄살’이라고 얘기할 지 모르겠으나, 직접 음식을 해봤거나 혹은 자그마한 가게라도 운영해본 사람이라면, 품질 유지하기가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이해가 된다. 여튼 비싼 재료비 탓에 갈등을 일으키고 재료비 감당하기 힘들어 문을 닫아야 되나,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내가 음식장사를 하는 동안은 초심을 유지하자’는 생각을 갖고 날마다 ‘행복한’ 밥상을 차리고 있다.










 

 김치는 하루나 이틀에 한번씩 꼬박꼬박 담근다. 국내산 찹쌀을 사다 입맛 다시기로 찰밥을 해서 내놓는다. 찰밥이 윤기가 반지르르하다. 찰기가 넘쳐나지 않고 고슬고슬하다. 김치에 찰밥 먹는 꼬소한 맛이 입맛을 살려준다.

 요즘에는 여름철 음식으로 콩물국수가 인기다. 국내산 노란콩을 불려 삶아서 갈아 내온다. 콩물 위에 시원스레 쌓인 얼음이 빙수같다. 콩물이 진품명품이다. 국물 한 숟가락이라도 남기게 될까봐 열심히 마시고 떠먹게 된다. 면발이 보드라우면서도 적당하게 탱탱하다. 면발의 묘미라고 하는 부드러움과 탱글탱글한 맛이 조화를 이룬다. 먹는 동안도 즐겁고 먹고 난 후도 즐겁다.










 

 △차림(가격): 콩물국수 7000원, 호박죽 7000원, 바지락칼국수·들깨칼국수 6000원

 △주소: 광주 남구 봉선동 494번지(남구청 금호2차 건너편 솔뫼아파트 상가1층)

 △전화: 062-675-5711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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