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지산동 ‘감나무집’

밥상이 이쁘지 아니한가?
광주 동구 지산동에 있는 ‘감나무집’ 보리밥 밥상이다. 여름철 보리밥. 딱 좋다.
광주 증심사, 지산동 등 몇 십년 전에 시작한 보리밥 원조집들이 여전히 손님들을 맞이 하고 있다. 지산동 `감나무집’도 마찬가지. 이젠 나이가 들어 다리도 휘고 허리도 좍 펴지지 않는 감나무집 할머니가 지금도 새벽같이 시장 봐와서 끼니 때마다 나물들 조물조물 자름자름 무쳐 상을 차려내놓는다.
감나무집이 옛날 ㄷ자형 한옥집에서 조금 위로 올라갔다. 새롭게 집도 짓고 텃자리도 바꿨다. 집앞엔 새로 옮길 때 심은 감나무가 있다.
마당에 떨어진 작은 감이 사람들 발걸음에 자동차 바퀴에 툭툭 터져있다. 감꽃 본 지도 오래됐다. 집집마다 심어 감꽃 따먹고 가을엔 떫은감 우려먹던 시절이 이젠 옛일이 돼간다. 떨어진 작은 감이 옛 생각을 부추긴다.
손님이 앉으면 오전 내내 부지런히 준비해둔 나물들을 동그란 쟁반에 2층으로 포개서 내온다. 부추겉절이 가지나물 고구마순김치 상추김치 고춧잎무침 호박나물 어린고구마이파리무침 마늘종장아찌 콩나물에 갓김치 묵은지 열무침….
몇상 차리고 나물이 동났다. 새로온 손님들에게는 “잠시만 기다리라” 한다. 금방 나물 무쳐서 차려내겠다고. 많이 무쳐두면 맛없고 새로 금방금방 무쳐내야 맛있기때문이란다.
이집 반찬은 맵고 짜고 진한 전라도 맛이다.
보리밥 집들이 반찬을 여러가지 차리기 때문에 그릇에 모아 넣어 비볐을 때 맛을 감안해, 슴슴하고 부드럽게 차려내기도 하는데, 이집 할머니는 반찬한가지한가지 자체로 간을 맞춰 내온다. 거기에 파랑색 뚜껑이 닫힌 참기름병.
여름철 쌈재료로는 항상 열무이파리다. 고추는 매워서 조금만 매운것을 먹어도 입이 화끈거리고 속이 핫핫해 견딜 수 없는 사람들은 아예 접근금지. 한입은 참을만하게 버티다가 두번째 먹었을 때 아예 녹다운되는 사람을 봤다.
옛날에는 못사는 서민들이 먹었던 음식들이 지금은 건강식이 됐다. 음식으로 인한 현대병이 만연한 세상이니 건강에 좋은 보리밥으로 여름나기,도 좋은 일이다.
△차림(가격): 보리밥 6000원, 촌닭·닭볶음·오리탕 4만원
△주소: 광주 동구 지산동 64
△전화: 062-227-2041
글=임정희 hellohani@emap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