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여름이면 먹을 것 해먹는 일이 호랑이 보다 더 무섭다, 한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불 앞에서 요리를 하고 있으려면 그 고통 또한 만만치 않다. 주부는 3D업종임에 틀림없다.

 차려진 밥상을 받아도 여름 입맛에 맛있게 밥먹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 간단하게,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잔치국수 모밀국수 추천.

 ▶동구 운림동 ‘담양국수’

 담양 관방천 나무그늘 아래서 후루룩 쩝쩝 먹는 ‘담양국수’가 광주 동구 운림동 증심사 상가내에 잔칫상을 차렸다. ‘담양국수’. 담양에서 30년 운영해온 역사를 자랑한다. 관방천의 아름드리 나무아래는 아니지만 무등산 자락의 나무숲이 눈앞에 펼쳐지니, 그런대로 눈맛이 시원하다.

 담양국수를 먹을 때는 뭐니뭐니 해도 달걀으로 입다시기를 해야 제맛이다. “앗 뜨거” 소리가 나도록 뜨거운 계란을 받아들고 조심조심 껍질을 까면 거무튀튀한 담양식 계란 특유의 때깔이 드러난다. 한입 베어물고 있으면 속성으로 ‘멸치국수 대령이요.’

 멸치 비릿내 하나 없이 깊은 맛 나게 우러난 국물이다. 고춧가루에 장 넣고 대파와 청양고추 송송 썰어 넣은 양념장 맛이 국수의 맛을 좌우한다. 그 장맛이라는 게, 참, 묘하다.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오래 묵은 손맛이 나고 깊은 맛이 나니 말이다.

 해물파전도 밀가루 두툼하게 지져내오는데, 고슬고슬하게 익혀서 고소한 맛이 한입 먹기에 좋다.

 △주소: 광주 동구 운림동 985(증심사 상가 내)

 △전화: 062-226-1178

 

 ▶서구 치평동 ‘밀알모밀’

 서구 치평동 한국은행 앞에 있다. 이집은 자리가 없어 기다릴 각오도 해야 하고, 혹여 콩물국수라든가 유부초밥 등 재료가 떨어져 밤이면 원하는 메뉴를 못 먹을 수도 있다.

 지나다니다보면 요즘 모밀국수 체인점들이 꽤 생겼다. 체인점의 장점이라면 어디를 가든 평균적인 맛을 볼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그집 만의 맛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체인점들은 전국의 맛을 획일화시킨다는 점에서 음식문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측면도 있다. 그런 점에서 자기집만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날마다 새벽부터 노력하는 집들의 열정은 인정해줘야 한다.

 이집 밀알모밀도 아버지의 30년이 넘는 노하우와 손맛을 아들이 이어가고 있는 집이다. 모밀국수의 맛은 면발과 장국. 요즘에는 손반죽은 어렵지만 가장 맛있는 상태에서 면발을 뽑아낸다. 문제는 육수. 얼마나 좋은 멸치를 쓰느냐가 관건이다. 최상품의 멸치로 육수를 뽑아내니, 손님들이 줄을 서서 먹을 수 밖에 없다.

 콩물국수 또한 우리콩으로 갈아내온다. 손님들이 콩물만을 먹기위해서 이집을 찾을 정도이다.

 △주소: 광주 서구 치평동 1187번지(한국은행 맞은편)

 △전화: 062-376-2245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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