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새벽4시30분, 알람소리와 함께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명절 연휴가 추석날 이후로 길게 이어지는 바람에 며칠을 집에서 하릴없이 지내느니 지리산을 다녀오자는 계획을 세웠다. 물론 하루 일정.

 밥은 간단히 김치김밥으로 준비했다. 솥에 밥을 앉히고 묵은지 한쪽 찢어서 김치국물을 짜낸 다음, 참기름에 가볍에 무쳤다. 고슬고슬하게 지으려고 했는데 밥이 질다. 참기름과 소금으로 간을 맞췄다. 김 위에 밥과 김치만 놓고 말아서 썰었다. 김밥 3줄과 사과 2개, 바나나, 송편 몇톨 담아 출발. 오전6시에 집을 나섰다.

 구례 성삼재 휴게소까지 차로 올라갔다. 대학 때는 화엄사에서부터 노고단 계곡을 따라 산행을 했는데, 버젓이 길을 뚫어둔 찻길을 외면하기는 어려워 차가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차로 갔다. 명절연휴의 이른 시간때문인지 사람이 거의 없다. 아침으로 김밥 반줄과 바나나 한 개를 먹고 산행을 시작한다.

 성삼재휴게소-노고단 고개-노고단정상-임걸령을 찍고 다시 같은 길을 되짚어 내려오는 코스다. 산행시간은 오전 7시30분부터 낮 1시30분까지 걸렸다. 다시 되짚어 내려오다보니 성삼재 휴게소에서 노고단정상까지 올라오는 등산객이 생각보다 많다. 무등산도 몇년에 한번 오를까말까 하듯 지냈는데, 산에 와보니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참 많다.

 반환점인 임걸령에서 먹고 남긴 김밥 한 줄과 성삼재 휴게소에서 파는 라면을 점심으로 먹기로 했다. 생각보다 휴게소는 번잡하지 않았다. 휴게소 식당 직원들이 유니폼을 깔끔하게 입고, 주문한 순서대로 음식을 만들어 냈다. 쏟아지듯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곳의 음식이란 게 허접하기 마련인데, 의외로 휴게소의 라면과 김치가 맛있었다. 외지 손님이 많이 찾는 휴게소라고는 하지만 음식의 고장 `전라도’의 이름 값을 조금 하는구나, 싶었다.

 오후2시 지리산 산행을 마치고 광주로 다시 출발. 오후 4시가 다 돼서 집에 도착했다. 씻고 조금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갔다. 평소 산행을 하지 않던 몸이라 힘들다고 퍼지면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대서 식당 가는 길에라도 몸을 풀듯이 걷기 위해서였다. 산행 뒤끝, 그리고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명절 뒤끝, 이럴 때 딱 마춤한 곳으로 광산구 우산동 `건강식당’이 떠올랐지만, 집에서 멀다 싶어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개는 해야겠다.

 건강식당은 곱창전골전문점이다. 20년쯤 됐다. 2대에 걸쳐 이어오고 있는 집이다. 가게가 겉에서 보기에는 무슨 건강원 같은 느낌이지만 식사시간이 되면 손님들이 채곡채곡 쌓이듯 찾아든다. 메뉴도 돼지곱창전골 한가지. 손님들이 일하다, 일터에서 곧장 들어와 보글보글 끓는 곱창전골에 밥 한그릇 후루룩 ‘맛나게’ 먹고 나간다. 열심히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에게 흘린 땀 보충해주는 영양식이다. 곱창을 깨끗한 물로만 씻어 냄새를 없앴다. 매콤하고 화끈하면서도 뒷맛이 구수해 가득찬 전골이 순식간에 바닥을 보인다.

 건강식당을 뒤로하고 결국 선택한 곳은 동구 대인동 생선구이집 인촌(人村). 수제비집인 박순자녹두집 앞에 손님들이 서성이고 있었고, 인촌도 마찬가지로 분주했다. 명절인데 웬 손님이 이렇게 많은가, 싶게 붐볐다. 손님이 많이 찾아왔다는 증거는, 음식재료가 다 떨어져서 메뉴를 선택할 폭이 좁아졌다는 데서도 나왔다. 고등어와 대(大)삼치는 떨어져서 삼치구이를 주문했다. 이어지는 손님들과 전화가 계속됐다.

 집에서 장만한 음식들에 물리고 새로 음식 만들려니 명절 후유증으로 ‘부엌의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시점. 오래간만에 친척, 친구들과 집밖 식당에서 해결하는 시간인가 보다.


 ▶곱창전골집 ‘건강식당’

 △차림: 곱창전골 2인분 1만2000원

 △주소:광주 광산구 우산동 1614-9번지,

 △전화: 062-942-6286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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