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계절포차’

 찬바람이 난다. 전어 한 번 맛보지 못하고 철이 지나가나 아쉬웠는데, 전어에 소주 한 잔 넘기기 참 좋다는 집을 추천받았다.

 낮술도 마다 않으련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후 3시부터 문을 연다하여, 밤술로 바꿨다. 전어철 가기 전에 한잔하자고 의기투합한 후배들과 상을 받았다. 남구 주월동 ‘계절포차’. 이집은 여기에 문연 지 2년 됐다. 그러나 주방장은 칼 잡은 지 30년. 하모처럼 잔 가시 많은 생선들까지 회치는 일이라면 누구와라도 견줄 수 있겠다는 생활의 ‘달인’이다.

 전어도 양식이 있다. 그러나 광주에서는 양식이냐 자연산이냐 굳이 생각할 필요 없겠다. 양식은 거의 서울 경기도로 보내진단다. 양식은 자연산보다 두배 속도로 잘 자라고 오래 산다. 그래서 살집 통통한 전어를 자연산보다 비싼 값에 외지로 보내는 것이다.

 바닷가와 가까운 광주에서는 남해안에서 4, 5월 산란이후 각종 유기물을 섭취해 몸이 오동통하게 살이 찐, 기름기 잘잘 흐르는 싱싱한 자연산을 맛볼 수 있다. 회로 먹어도 좋고 구이도 좋고 무침도 좋다. 어느것 하나만 먹기 어려우니 ‘3종세트’ 주문한다.

 구이는 2cm 간격으로 칼집내서 소금 뿌려뒀다 석쇠에 구워내오면 칼집 사이로 기름기가 자글자글 끓는다. 그 때 꼬리를 잡고 머리부터 한입 아구아구 먹다보면 꼬리만 남는다. 아니, 꼬리까지 다 먹어버려 버릴 것이 없다. 젓가락으로 살만 발라먹겠다고 덤벼드는 행동은 전어에 대한 모독!이다.

 바닷가 사람들은 전어를 3~4토막 내서 큼지막하게 회로 먹기도 하지만, 대개는 뼈째 두께두께 썰어서 나온다. 깻잎 한장 놓고 기름기 흐르는 전어회 한젓가락 올리고 고추 한 토막과 막된장 찍어서 한입 먹고 나면 다음은 소주잔 차례. 달보드레하고 고솜한 맛이 참, 좋다.

 이뿐이랴 전어회 썰어서 무생채 풋고추 깻잎 오이 등 넣고 무쳐내온 회무침, 생각만 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침 튀기며 쓰러진 소주병이 여러병이었으나, 전어 안주 덕분인지 전어맛만 생각난다.

 가을 가기전에 만나야지 싶었던 사람들과 미루지 말고 `계절포차’에서 만나 전어 한 점 나누며 회포 푸는 것이 이 가을을 보내는 한 가지 방법이겠다.

 

 △차림(가격): 전어회 1만5000원, 전어회-구이-무침 세트 5만·6만원, 왕새우 3만원, 산낙지 세꼬시 광어 간재미회 우럭탕 하모회 하모샤브 등

 △주소: 광주 남구 주월동 408(빅스포 옆골목) △전화: 062-672-3392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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