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백운동 ‘가마솥순두부’

사무실에 앉아있으면 등으로 한기가 스멀스멀 기어드는 겨울이 왔다. 어깨를 움츠리며 등이 따숴야 한다고 두터운 털조끼를 찾게 되는 계절이다. 먹을거리도 자연 뜨끈뜨끈한 탕이나 국물을 먼저 찾게 된다. 오늘 추천메뉴는 추위를 녹여주는 뜨거운 순두부찌개다.
남구 백운2동 기독교병원 골목 그 끝 어귀에 있다. `가마솥순두부’(주인 김철수). 주택들 사이에 있는 식당이다. 간판하나 세웠을 뿐 여느 주택과 다를 게 없다. 몇년전까지 그냥 살림집이었던 것을 지금 순두부집으로 운영하고 있다.
집에 들어가면 영락없이 가정집이고, 수십년된 색바랜 가족사진들을 조각조각 넣은 액자가 천장에 걸려있다. 사진이 귀해 집안 사진을 커다란 액자하나에 가득 이어붙여 걸어두던, 그 액자이다. 이 집안의 즐거웠던 추억들이 함께 모여있다.
순두부는 직접 만든다. 인스턴트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순두부로 끓인 찌개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콩으로 직접 만들어 육수에 해물류를 넣고 자글자글 끓여내온다. 해물육수의 담백한 맛과 순두부의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 뱃속을 편하게 만든다. 뜨거운 찌개속에 밥 말아도 좋고, 순두부를 떠서 밥그릇에 비벼먹어도 좋다. 한 그릇 다 비우게 되고, 그러고 나면 땀난다. 속이 풀린다.
생태탕도 좋다. 뚝배기에 기술좋게 가득 담아 내오는 생태탕은 생태의 특유의 기름진 고소한 맛이 느껴진다. 생태탕이 칼칼하면서 시원하고 기름지면서 부드러운 맛의 조합이다.
생태탕 하니, 동구 장동 `춘자생태탕’이 생각난다. 체인점들이 전국을 점령하는 마당에, 꿋꿋하게 나만의 맛을 고수하면서 묵은 반찬, 새 반찬 만들어 상 차려 내놓는 집들 중 한 곳이다. 묵은지, 김치된장무침, 제철 나물류 등 직접 담그고 무쳐서 내놓는 밑반찬에 펄펄 끓여내오는 생태탕이다. 추운 날씨 덕분에 오래간만에 들렀더니, 맛이 여전히 살아있다. 주인 박만래 씨가 날마다 아침 일찍 시장 봐와 20여가지 재료를 넣고 육수를 끓인다. 손님들을 사로 잡는 생태탕맛이 수월하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손님상에 밥 한그릇 차린다는 것, `공짓는 것’이다.
▲가마솥순두부= 주소: 광주 남구 백운2동 593-9번지/ 전화 062-653-1797 / 차림: 해물순두부·생태탕 6000원
▲춘자생태탕= 주소: 광주 동구 장동 87-4(광주여고 정문 앞)/ 전화 062-233-5752/ 차림: 생태탕 6000원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