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서석동 ‘무진장떡볶이’

 무진장떡볶이. 명성이 높다. 80년대,  무진장떡볶이가 선을 보였다. 살레시오초등학교와 조선대학교 산하 중·고등학교가 자리잡은 광주 동구 서석동에 ‘무진장떡볶이’가 개업했다.

 “88년 올림픽 개최 전후 살레시오 초등학생이었다. 학교가 파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대학생들이 기습시위를 벌이면 경찰들은 최루탄을 쏘아대며 막아섰다. 갈길을 잃은 나는 친구들과 함께 무진장떡볶이로 들어섰다. 그때 떡볶이 값이 500원. 사리는 200원이었다. 친구들이랑 주머니를 털어서 떡볶이를 먹으며 시위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80년대에 무진장떡볶이를 드나들었던 초등학생은 지금 30대 후반이 되었다.

 “당시에도 잘 사는 집 애들은 생일 파티를 했는데, 그 장소가 무진장떡볶이집이었다.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하면 위축됐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였다.

 83년에 개업한 무진장떡볶이는 당시 광주에서 ‘즉석 떡볶이’를 처음으로 시작한 집으로 알려져있다. 손님들이 오면 그자리에서 후라이팬에 떡볶이 재료를 담아와 식탁에서 익혀 먹게 하니, 직접 해먹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지금 ‘무진장떡볶이’는 장소를 이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초창기 주인 한양수 씨가 그 맛을 내고 있다. 세월이 변하고 사람들의 입맛도 변해서 떡볶이 맛도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그 뿌리야 여전하다. 쌀떡의 크기도 예나 지금이나 똑 같다. “이 크기가 양념이 마춤하게 묻어서 맛있는 사이즈”라고 주인 한씨가 말한다.

 떡살이 80년대에는 밀가루가 섞여서 더 쫀득한 맛이 있었지만, 요즈음에는 쌀값이 밀가루값보다 워낙 싸다보니, 100% 쌀로 만든 떡이다.

 “우리집 떡볶이 맛은 소스에 있어. 고춧가루는 하나도 넣지 않고 고추장 등 20가지 정도를 넣어서 만들어.” 물론 소스를 만드는 법은 공개하지 않는다.

 점심때가 되면 주변의 대학생 손님들이 속속 들어선다. 기본 떡볶이에 라면·쫄면·순대·햄 사리 등 구미에 맞는 재료들을 추가해서 자글자글 익혀 먹는다. 떡 오뎅 순대 등 떡볶이 한 판을 다 먹고, 남은 양념에 밥 한 공기 비벼먹으면 맛있는 한 끼로 충분하다. 1만원이며 세명의 한끼 식사로 충분한 식탁이다.

 △차림: 떡볶이(2인기본) 3000원, 라면·쫄면·오뎅·순대·햄 사리 1700원, 주물럭상추백반 4000원, 김치볶음밥 4000원

 △주소: 광주 동구 서석동 445-13 (필문대로287번길 24-14)

 △전화: 062-232-8369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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