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나물의 향기가 그득

남광주역사가 테마파크로 변했다. 주차장으로 사용했던 부지에 그늘시렁·편의시설·열차놀이 시설들이 들어섰다. 주차장이 지하로 내려갔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오면 ‘보리밥뷔페’ 가 눈에 띈다. 제주 돌하루방이 문지기다. 이 자리는 ‘광주아나고’ 식당이었던 곳이다. 횟집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전통찻집과 보리밥뷔페가 들어섰다. 한옥으로 지었다. 실내는 황토벽에 굽고 휜 나무자재를 그대로 사용해 포근하고 자연스런 느낌을 살렸다. 보리밥집과 딱 어울리는 분위기다.
각종 반찬들이 좌르르 차려져있다. 옹기그릇에 나물들이 가득 담겨있다. 참나물 취나물 토란대 고구마줄기 고사리 쑥부쟁이 콩나물 녹두나물 두부 도토리묵 멸치볶음 열무생김치 무채지…. 나물류는 이집 주인 서동만 씨의 본가가 있는 지리산에서 공수해온다. 지리산에서도 산채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봄이면 산으로 들로 직접 나가 캐온 나물을 말리고 데쳐서 준비해뒀다 상을 차린다. 지리산의 산내음을 물씬 느낄 수 있다.
쌈채소도 가지가지다. 돼지고기 볶음이며 묵은지찜도 준비돼 있다. 김치가 많이 들기 때문에 다른 집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묵은지찜이다. 큼직하게 잘라져있는 계란찜을 맛본 사람들은 어렸을 때 집에서 엄마가 해주던 맛이라고 덧붙인다.
후식으로 준비된 것 중 눈에 띄는 것은 식빵튀김. 식빵을 세모모양으로 잘라서 튀겨낸 다음 설탕을 뿌려 내놓는 것. 초등학교앞 분식점에서 한 개씩 사먹었던 추억의 맛이다.
반찬 맛이 담백하고 순박하다. 차려진 나물들을 조금씩만 그릇에 옮겨놔도 수북하게 쌓인다. 언제 다 먹나 싶지만, 보리밥이며 노란 조밥에 곁들여 먹다보면 그 많던 반찬 다 비우게 된다. 한 그릇만 비우고 말쏘냐. 이번에는 비빔그릇에 각종나물과 생열무김치까지 넣어 보리밥비빔밥 한 그릇 더 먹는다. 과반했다, 싶어도 나물과 보리밥이 소화가 잘돼 위가 부담스럽지 않다.
계절의 변화 탓인지 봄엔 쉽게 피곤해진다. 춘곤증이 찾아드는 요즘이다. 지리산 나물로 몸의 기운을 북돋워주니 몸과 마음이 산뜻하다.
△차림 : 보리밥뷔페 7000원
△주소: 광주 동구 학동 55-110 남광주시장 주차장 앞
△전화: 062-223-3666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