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 월산동 ‘신성소주코너’

주변에 ‘그 사람이 찾아가는 집은 맛있는 집’이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이 꼭 있다. 광주 남구 월산동 ‘신성소주코너’(주인 오연님)에서 ‘그런 사람’과 마주쳤다. ‘신성소주코너’에 대한 신뢰가 무한히 생겨났다. 신성소주코너는 서대회·찜, 가자미회무침, 병치·갈치조림 등 계절음식을 한다.

지금은 서대가 제철이다. 다음달인 7월까지 좋다. 가자미는 지금 살이 쏙 빠져 덜 맛있을 때다. 가자미는 쌀쌀해져야 제 맛이다. 서대가 제철일 때 1년 내내 ‘먹을 양식’을 비축해둔다. ‘신성소주코너’ 주인 오연님 씨는 고향인 고흥에서 서대와 가자미를 가져온다. 국내산만 쓴다. 국내산이라야 보드랍고 맛있지, 수입 것들은 가죽처럼 질기단다.

점심시간이라 일단 첫 번째 테이블을 잡는데 실패했다. 4개밖에 되지 않는 탁자에는 이미 손님들이 다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점심시간이라 잠깐 기다리자 탁자가 비었다. 서대회무침 주문. 이제 막 담근 배추김치와 백김치가 나온다. 조금 있으니 가자미와 바지락을 넣은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상에 올라온다. 된장 푼 가자미탕 맛이 시원하고 칼칼하다. 매콤한 청양고추 맛과 바지락의 시원한 맛, 그리고 가자미 특유의 고리하면서 착 달라붙는 맛이 잘 어우러졌다.

국물과 김치에 입맛을 빼앗기고 있는 동안, 주인 오씨는 부지런히 서대회무침을 준비한다. 일단 서대를 얇게 뜬다. 뼈를 바르는 것이다. 한칼에 스 ~윽. 두 번 지나가면 끝. 뼈를 제거한 서대를 슥슥슥 썬다. 한석봉 어머니가 따로 없다. 청양고추도 반으로 갈라 채 썬다. 주문한 손님에게 매운 것을 좋아하느냐고 물어서 매운맛을 조절한다. 양파도 착착착 썰고, 마늘은 칼 손잡이 뒤끝으로 탕탕탕 다진다. 회무침에 들어가는 상추는 손으로 우드득 뜯어서 네 토막. 들어갈 양념과 재료는 준비 완료.

무침을 시작한다. 손질한 서대를 식초와 설탕으로 일단 조물조물한 후 나오는 국물을 버린다. 많지 않지만 식초로 기본 간을 하고 소독해내듯 씻어내는 것이다. 그런 다음 재료와 양념들을 넣고 식초와 고춧가루와 설탕 등으로 간을 맞춘다. 고춧가루 묻은 손 그대로 그릇을 들고 손님에게 맛을 보라고 권하는데, 이미 주인 오씨의 얼굴에는 맛보나 마나 새콤달콤매콤 마땅하게 간이 맞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배있다.

막 담근 김치만으로도 밥 한 공기 쯤이야 싶은데, 서대회무침까지 있으니 오죽하랴.

밥 한공기 거뜬히 비우고, 서대무침 접시도 말끔하게 해치웠다.

주인 오씨는 “손님에게 자신 없는 반찬은 아예 내놓지 않는다. 생선은 국내산을 고집하고 김치도 항상 새로 담그려고 한다. 매일 하는 반찬이라도 맛이 이상하다 싶으면 손님상에 내놓지 않는다”고 말한다. 음식을 즉석에서 만들어두니, 남의 상에 오른 반찬 또오른다고 걱정할 염려 없는 집이다.


△차림: 서대·병치·가자미무침

△주소: 광주 남구 월산동 964-11

△전화: 062-364-9513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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