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봉선동 ‘진부령황태마을’

<처마 끝에 명태를 말린다 / 명태는 꽁꽁 얼었다 /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 꼬리에 기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 문턱에 꽁꽁 얼어서 /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백석 ‘멧새소리’

시인 백석(1912∼95)의 고향은 평안도다. 황태는 함경도 이북민들이 즐겨먹었던 식품이다. 한국전쟁 이후 함경도 청진, 원산에서 황태덕장을 하던 피난민들이 함경도 지역과 날씨 조건이 비슷한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덕장을 설치하면서 황태단지가 형성되었다.

추운 겨울 눈과 바람을 맞으며 건조된 명태를 황태라고 부른다. 황태는 겨울철 가장 추운 때에 신선한 명태의 내장을 제거하고 신속히 덕장으로 가져와 말려야 한다. 추운 날 작업을 해야 하는 이유는 손질된 명태가 덕장에 거는 즉시 얼지 않으면 육질의 양분과 맛이 수분과 함께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설악의 맑은 겨울바람과 눈 속에서 몇 달 동안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여 건조된 황태는 살이 노랗고 솜방망이처럼 연하게 부풀어 맛이 담백하고 비린내가 나지 않고 고소하다.

명태가 마르면서 화태가 되면 단백질 양은 두 배로 늘어 단백질이 전체 성분에서 56%를 차지할 정도의 고단백 식품이 된다. 황태는 간을 보호해 주는 메티오닌, 리신, 트립토판과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과음 후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 또 황태는 농약이 잔류하는 음식물의 해독작용에 효과를 보인다고 동의보감에 전하고 있다.

광주 남구 봉선동 ‘진부령황태고을’(주인 박정옥)은 용대리황태를 쓴다. 6년전 광주 동구청 부근에서 현재의 이 자리로 옮겨왔다. 동구청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이집에 들어서면 우선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푸릇푸릇 싱싱한 화분들이다. 즐비하게 놓여있는 화분들을 보면 이집 주인이 얼마나 부지런한지, 가늠할 수가 있다. 부지런한 손맛을 기대하게 된다.

찜정식을 주문했다. 밑반찬이 정갈하다. 호박·가지·토란대나물에 양념장 무친 고추, 황태채무침, 알타리무김치 등이 먹음직스럽게 놓인다. 황태찜 등장. 콩나물과 함께 큼지막한 황태가 수북히 쌓여 있다. 황태탕까지 곁들여 나온다. 밑반찬 이것 저것 맛보랴, 매콤하고 고소하고 폭신폭신한 황태찜 먹으랴, 젓가락질이 바쁘다. 밥 한 그릇이 뚝딱 없어진다. 탕 속에 든 황태도 다 못 먹었는데 밥이 없다. 뜨끈한 황태탕으로 속풀이도 좋고 아삭아삭한 찜 먹는 맛도 좋다.


△차림(가격): 황태탕 7000원, 구이정식 8000원, 찜정식 9000원

△주소: 광주 남구 봉선동 627번지(겨자씨교회 앞)

△전화: 062-655-2112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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