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진월동 ‘황제모밀’

간단하게 배가 부르지 않게 다이어트 식품으로 먹을거리를 찾을 때 메밀국수를 먹게 된다.

광주 남구 진월동에 있는 ‘황제모밀’. 이름이 거창하다. 그러나 간소하고 담백한 메밀국수집이다.

이집에 들어서면 눈에 확 띄는 문구가 국내산 메밀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메밀은 봉평농협에서 구입한다. 쌀, 배추, 고춧가루 등 기본적인 재료들이 국내산이다. 메밀면도 직접 뽑아서 메밀국수를 만다. 식재료의 중요성을 알고서 국내산을 고집하고 있으며, 이집 고유의 맛을 만들어내려는 주인의 노력이 짐작되는 집이다.

이집의 메밀국수는 면 색깔이 유백색이다. 왜? 우리가 흔하게 먹고 있는 메밀국수는 흑갈색. 그럼 유백색은 짝퉁인가?

워낙 메밀국수 색깔에 대한 논란이 많아, 식약청이 메밀국수의 본래 색은 유백색이라고 고지했을 정도이다. 메밀국수는 원래 흑갈색이라기보다는 유백색에 가깝다. 그런데, 흑갈색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흑갈색을 선호하다 보니 메밀을 볶을 때 태워서 색깔을 만들어낸 결과이다. 도정된 메밀을 볶지 않고 메밀국수를 만들게 되면 유백색을 띄게 된다. 많이 볶거나 태울수록 색상이 흑갈색으로 변한다.

그러나 집집마다 메밀국수 색깔이 조금씩 다르다. 메밀의 삼각형 모양의 껍질을 벗겨내 메밀 속 옅은 녹색 알갱이를 갈면 하얀 가루가 나오고, 껍질을 따로 갈아내면 짙은 갈색의 가루가 나온다. 그걸 섞는 비율에 따라 각기 다른 메밀국수 색깔이 나온다.

하얀색 메밀가루로 만든 메밀국수는 조선시대 왕의 수라상에 올렸던 귀한 음식이었다. 결혼식 날 먹는 국수 또한 메밀국수를 먹었던 데서 유래했다 한다.

메밀국수 최대 소비국인 일본의 경우도 일본소비자들이 메밀의 고유한 맛과 향을 선호해 유백색의 메밀국수가 유통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소바를 처음엔 소금이나 와사비에 찍어 먹었다. 메밀 고유의 향을 음미하기 위해서이다. 차츰 발전하여 지금은 장국에 살짝 적셔먹는다. 일본의 소바는 뚝뚝 끊어질 정도로 면이 부드럽고 장국도 짠 편이다. 17세기 무렵 사무라이 도시인 에도 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하면서 검술 등으로 수분 배출이 많은 사무라이들에게 나트륨을 보강해주기 위해 짜고 강한 음식이 되었다고 한다.

이집 황제모밀 메밀국수는 대파 양파 무 등 신선한 야채, 대추 감초 표고버섯 등 약재, 디포리 바지락 다시마 등 싱싱한 해물 등을 재료로 푹 고아 만든 육수 국물에 국내산 메밀로 만든 메밀국수를 넣어 담백하고 간소하다. 메밀국수가 자연식 건강식인 이유는 먹어보면 안다. 메밀국수를 먹을 때는 일부러 ‘후루룩’ 소리를 내서 드셔보시길.


△차림(가격): 메밀국수 4500원, 마른모밀 4500원, 메밀만두 4000원, 물비빔냉면 6000원, 냉소바 6000원, 왕돈까지 6000원

△주소: 광주 남구 진월동 413-16(대성여고 가는 길)

△전화: 062-672-3381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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