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한 뒷날 속이 허할 때 몸이 알아서 국물을 원한다. 이럴 때 국물은 삶이다. 곰탕 국물이 간절해 신창동 어느 곰탕집을 찾아간다. 식당 이름이 ‘한라산곰탕’이다. 이 나라 3대 곰탕은 황해도의 해주곰탕, 전라도의 나주곰탕, 경상도의 현풍곰탕이다. 한라산이라면 제주인데, 거기 곰탕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일단 들어가서 곰탕을 시켰다. 해주곰탕이야 선 그어진 저 윗동네이니 먹어본 바 없고, 한라산곰탕과 비교 가능한 맛은 물리도록 자주 먹는 나주곰탕밖에 없다. 맛이 확연히 다르다. 국물 안에 담긴 내용물도 다르다. 나주곰탕은 수육이나 푹 고아진 양지만을 쓰는 반면 한라산 곰탕은 종합선물세트다. 수육에 우족, 우설, 양, 우량 등이 뚝배기 그릇을 가득 채우고 있다. 이런 원재료를 모아 넣고 72시간을 푹 고아낸 국물 맛, 진하다. 나주곰탕의 국물이 담백하다면 한라산곰탕은 여러 재료의 맛이 골고루 배어 푸짐하고 깊다.

곰탕 맛의 핵심은 잡내를 잡는 비결이다. 한라산곰탕은 여러 재료를 24시간 동안 찬물에 담근다. 이때 물은 계속 흘러야 한다. 물이 흐르며 잡내를 밖으로 배출한다. 핵심 비급이 하나 더 있지만 1급 영업 비밀이라 공개 불가다.

한라산 곰탕, 처음 보는 맛이지만 이게 만만하지 않아서 가게를 꼼꼼히 살핀다. 역시나 진정한 맛의 비결이 있었다. 이름만 한라산곰탕이지, 맛의 근원은 저 유명한 ‘현풍곰탕’이다. 현풍곰탕의 원조는 박소선 할매다. 그의 비법을 이어받은 3대째 전수자인 외손자가 직접 만들어낸 것이 한라산곰탕이다.

광산구 신창동 ‘한라산곰탕’ 집은 박소선 할매 외손자의 비법을 그대로 광주로 옮겨왔다. 주인 이민영 씨가 박소선 할매 외손자와 각별한 친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현풍곰탕과 한라산곰탕의 변별점은 재료다. 끓이는 비법은 똑같은데, 한라산곰탕은 제주의 360개 오름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란 한우만을 사용한다. 제주의 오름 위에서는 항상 말과 소가 뛰논다. 제주 사람들은 독특한 매장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게 바로 ‘산담’인데, 봉분은 육지와 똑같은 형태다. 그러나 무덤의 둘레가 다르다. 무덤 주위로 현무암을 쌓아 사각의 담을 친다. 넓은 초원의 땅, 말이나 소가 들어가 무덤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한 장치다.

제주 오름에서 아무렇게나 풀어져서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란 한우가 한라산곰탕 맛의 진정한 비결이다. 곰탕 그릇에 제주 오름이 들어앉아 있다. 과음한 뒷날, 한라산곰탕을 뚝배기째 들고 마시면 사람의 속이 자유를 느낀다.


△차림(가격): 곰탕 8000원, 양곰탕 1만원, 우족탕 1만5000원, 모듬수육 3만5000원

△주소: 광주 광산구 신창동 1201-2번지

△전화: 062-959-6869

글=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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