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대전면 ‘늘푸른보금자리’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온 들녘에서 우우우 일어나는 봄기운을 느낄 수 있다. 담양 대전면 에 있는 ‘늘푸른보금자리’를 찾았다. 찜닭·찜오리·청국장·애호박찌개를 하는 집이다. 찜닭을 주문했다. 찜닭이 안동찜닭처럼 나온다.

안동찜닭은 경상북도 안동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닭에 채소와 당면을 넣고 간장으로 조린 음식이다. 조선시대 안동의 부촌이었던 안동네에서 특별한 날 먹던 음식이어서 ‘안동네찜닭’이라 불렸다 한다. 조선시대 안동지역의 음식을 기록해둔 <음식디미방 주해>를 뒤적였다. 옛날 안동에서는 찜닭을 어떻게 해먹었는지 궁금했다. <음식디미방>은 경북 북부의 안동과 영양 일대에서 살았던 정부인 안동 장씨(1598∼1680)가 말년에 저술한 음식조리서로서, 연대가 확실한 한글조리서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다.

‘연계찜(軟鷄찜·영계찜)’이 있다. 병아리보다 조금 큰 어린 닭을 잡아 만든 찜이다. 요리법을 읽어보니 요즘 찜닭과는 사뭇 요리법이 다르다.

<고기가 연한 닭을 전날 저녁에 잡아 거꾸로 달아 두었다가 이튿날 아침에 잔깃털 없이 뜯어 내장을 꺼내고 핏기가 없도록 매매 씻는다. 아주 단 걸쭉한 장(醬)을 체에 걸러 기름을 흥건히 넣고 자소잎과 파, 염교를 가늘게 썰어 생강, 후추, 천초(=산초)가루를 양념하고, 밀가루를 겸하여 한데 개면 즙이 된다. 여기에 간장을 조금 넣고 개어 닭의 속에 넣어 밥보자기로 싸매어 사기그릇에 담아 솥에 물 붓고 중탕하여 쪄라. 물러서 털을 뽑을 수 있을 만큼 푹 익거든 꺼내어 식혀서 쓰라. 눅게 하는 즙은 걸쭉한 장을 거르고 여러 가지 양념하여 밀가루 즙을 눅게(=묽게) 하여 찌면 아주 좋다. 즙이 눅으면 닭이 즙 속에 잠기어 쪄진다.>

안동찜닭은 수백 년을 거쳐 오면서 재료와 입맛의 변화를 받아들인 결과 현재의 맛과 요리법으로 정착되었다.

안동찜닭 맛의 특징은 칼칼한 맛이다. 간장과 마른 빨간 고추를 넣어 맛을 낸다. 이집 ‘늘푸른보금자리’에서는 단호박과 감자, 양파, 파, 당근, 은행 등 채소와 당면을 넣는다. 닭 한 마리를 잡아도 퍽퍽한 가슴살을 빼면 먹을 게 별로 없는데, 닭찜이 푸짐하다. 고기가 질기지 않고 부드럽다. 손질한 토종닭을 두 번 삶는 게 비법이란다. 압력솥에 한번 쪄낸 다음 갖은 양념을 해서 다시 요리를 하는 것이다. 밑반찬도 담백하고 정갈하다. 새송이버섯장아찌, 묵은지, 해파리냉채, 야채샐러드, 파래초무침 등 봄입맛을 추어주는 상차림이다.

찜닭도 좋고 애호박찌개와 청국장도 인기다. 청국장은 국산콩으로 직접 띄워서 사용한다.

봄 볕 그리운 날, 바람 쐬러 가기 좋은 집이다.


△차림: 찜닭·찜오리 4만5000원, 청국장·애호박찌개 7000원

△주소: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 876-5(대치성당 뒤)

△전화: 061-383-3863(월요일 휴무)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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