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오는 날

무안 해제면 유월리 사는 해제떡(83) 할매는 이 비 속에 풀을 뽑느라 양파밭에 엎드려 있다.
스무 살에 시집 온 이래 흙신 신고 흙손으로 살아온 할매다.
“한 뿌랭이라도 더 매야제. 비 오고 나문 찔퍽찔퍽해. 막 안놀라고 붙든께 매기가 사나와.”
내일 해가 나도, 내일 비가 와도 할매는 이 밭에 엎드려 있을 것이다.
무안 해제면 발산마을 박봉덕(74) 아짐도 마늘밭에 난 지심과 씨름중이다.
“야들이 겨울을 이겨. 나는 인자 지심 매서 도와.”
푸릇푸릇 키를 키우라고, 꽉꽉 속을 채우라고 호맹이질로 ‘돕는’ 할매의 손길.
봄비 내리는 무안 황토밭에는 찌럭찌럭 진 자리인 줄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 어매들의 걸음걸음이 있다.
글·사진=‘전라도 닷컴’ 박갑철 기자
※이 원고는 월간 `전라도닷컴’(062-654-9085)에도 게재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