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금곡동 찻집 겸 밥집 ‘절로 가는 길’

광주 북구 금곡동 원효사 오르는 길 초입에 찻집이자 밥집인 ‘절로 가는 길’이 있다.

“아니, 지금까지 이 집을 아껴뒀어요?” 된장 비빔밥을 열심히 먹으면서 지인이 건넨 말이다. 맛있는 집 연재한 지가 언제인데, 이 집을 아직까지 소개하지 않았는지 의아해 한다.

원효사 일주문과 나란히 있는 ‘절로 가는 길’은 몇 년 전까지 초가지붕을 이었으나 지금은 기와를 얹었다.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무등산의 기운을 받아 고즈넉하게 그 자리에 있는 집이다.

산속의 정취와 풍경 그리고 여유로움을 해치지 않으려는 듯, 음식이 가짓수도 된장비빔밥과 비빔국수로 단촐하다. 실내는 다기류 불구(佛具), 전통소품들이 그득하게 전시돼있어 눈이 즐겁다.

주인장은 된장에 대해 다섯 가지 덕을 갖춘 오덕(五德)이라고 설명한다.

“옛 어르신들은 건강한 몸을 ‘된장살’이라고 했다. 우리 음식의 기본양념인 된장은 콩으로 만들어 단백질을 비롯한 갖가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중요한 식품이다. 된장은 예부터 다섯 가지 덕을 갖추었다하여 오덕(五德)이라 칭했다. 첫째가 단심(丹心)으로 다른 것과 섞여도 고유한 향미와 맛을 잃지 않는다. 둘째, 항심(恒心)이니 오래도록 상하거나 변함이 없다. 셋째는 불심(佛心)이라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없애면서 본래의 자양은 생선이나 고기보다 못하지 않다. 넷째, 선심(善心)으로 매운 맛이나 독한 맛을 중화시켜 부드럽게 해준다. 다섯째는 화심(和心)이니 어떤 음식과도 어울리고 자연과 동화된다. 이런 다섯 가지 마음은 된장만이 가지는 아름다움과 구수함으로 우리 몸에 이로움을 주는 정성이 담긴 우리 음식이다.”

된장 비빔밥 상차림은 배추김치와 묵은지된장무침, 세 가지 삼색나물 등 밑반찬과 된장찌개 그리고 싱싱한 채소와 묵, 버섯 등이 들어있는 비빔그릇이 등장한다. 밥은 잡곡밥이다.

비빔그릇에 밥을 넣고 된장찌개 듬뿍 끼얹어 비벼 먹는다. 나물을 더 넣어 비벼도 좋고 그냥 반찬으로 얹어 먹어도 좋다. 음식이 짜지 않고 순하고 담백하다. 부드럽고 선하다.

자극성 없고 독하지 않아 절 음식 같다.

된장비빔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도 미적미적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다른 테이블에선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비빔국수는 맛있느냐는 질문에 주인장 왈 온갖 재료를 넣어 맛있게 소스를 만든단다. 자꾸 말 붙이니 넉넉히 삶았다면서 맛보기로 비빔국수를 말아 건넨다. 후루룩, 게 눈 감추듯 비우고 일어났다.


△차림: 된장비빔밥, 비빔국수

△주소: 광주 북구 무등로 1518(금곡동 821-4, 원효사 입구)

△전화: 062-266-2555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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