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볕에 말린 서름댁 토란대, 닭뫼덕동댁 가지나물, 담안 딸부자네 참기름·들기름, 동림 신촌댁 무시래기·고구마대·말린 호박 등 광주 북구 충효동 ‘무돌길쉼터’에 가면 평동마을 주민들이 재배한 농산물이 있다. 생산자 이름은 택호로 붙였다. 식재료비가 비싸 중국산 반찬이 음식점은 물론 가정집 식탁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차려지는 요즘, 한 마을에서 동네주민들이 직접 생산한 재료만으로 음식을 차려내는 곳이 바로 충효동 ‘무돌길쉼터’다. 이곳에선 음식뿐만 아니라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어 더욱 좋다.
무돌길쉼터는 지난해 3월에 맛있는 집으로 소개한 바 있다. 그 이후 실내 인테리어도 바꾸고 차림도 두부와 ‘국수’ 에서 두부와 ‘밥’ 중심으로 바뀌었으며 동네에서 키워 먹인 닭으로 삶은 백숙메뉴도 추가돼, 다시 찾았다.
무돌길쉼터에 찾아 간 날, 비가 시원스레 쏟아졌다. 산수오거리에서 무등산자락으로 접어드는 길이 굽이굽이 선경이다. 멀리 피어오르는 안개와 빗물에 젖은 거무스름한 청록빛 산색, 잠시 주변을 둘러보게 만든다.
평일 낮이라 한가하다. 무돌길쉼터 주인장이 빗속에 부추를 뜯어와 부침개 재료를 만들어놓았다. 요즘 부추 향이 아주 좋은 때란다. 고슬고슬하게 부추전 한 장 지져 먹고, 미리 삶아놓은 백숙을 먹는다.
닭은 마을주민이 키운 것이다. 마당에 놓아 키운 닭이라 보통 다른 식당들에서 쓰는 닭과 다르다. 게다가 갓 잡아 삶았다. 재료 자체가 싱싱하다. 닭에 가시오가피나무, 은행, 밤, 인삼, 마늘 등을 넣고 압력솥에 푹 삶았다. 닭다리가 실하다. 서너 명이 먹기에 적당하다. 닭을 먹은 다음 삶은 국물에 찰보리쌀과 녹두 백미로 지은 밥과 각종 야채를 함께 넣어 다시 끓여 먹는다. 보통은 녹두죽을 주방에서 끓여 내오지만, 이집은 테이블에서 끓이는 방식이다. 어설프게 원산지 불분명한 녹두죽보다 야채 넣어 끓인 죽이 속이 편하고 부드럽다.
밑반찬으로 묵은지, 배추겉절이, 돼지감자·양파장아찌, 열무김치, 고사리나물, 깍두기 등 평촌마을 토종 음식들이다. 고기 찍어먹는 참기름도 평동산 깨로 짠 것이라 고소하고 재래식 된장 또한 일품이다. 오이고추는 아침에 남동댁 할머니가 가져오셨단다. 화학조미료나 인공의 맛이 어디 한 군데도 낄 틈 없다. 순한 자연의 맛을 느끼게 된다.
이집의 존재 이유인 두부를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평모뜰에서 재배한 우리콩으로 두부를 만든다. 한꺼번에 많이 두부를 만드는 게 아니라 필요한 분량만큼 하루에도 몇 번씩 두부를 만든다. 그 두부로 평촌집밥 두부정식, 명품항아리밥과 두부찌개, 하얀 눈꽃 치즈 순두부, 매콤한 순두부도 차려낸다. 쌀은 우렁이무농약쌀이고 김치는 평촌산이다.
△차림: 두부정식 1만2000원, 두부찌개·치즈순두부·순두부·뽕콩국수 7000원, 백숙 5만원
△주소: : 광주 북구 충효동 121-7
△전화: 062-266-5287
글=임정희 hellohani@empas.com
사진=함인호 ham@daum.net
임정희·함인호 님은 수년 동안 광주지역의 맛집을 탐방해온 맛의 순례자들로, 결코 주인장의 서비스에 흔들리지 않는 정직한 미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