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다쟁이다. 고로 건강하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혹시 친구에게 전화를 걸거나 만나서 이런 저런 수다를 떠는가. 직장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는? 역시 누군가를 만나 당사자 앞에서는 하지 못한 뒷담화를 까거나 자신의 억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 하지는 않는가. 또 딱히 이야기 주제가 없더라도 어제 본 드라마 이야기, 신상품에 대한 정보, 날씨, 자식, 남편, 오다가다 본 어떤 풍경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가. 누군가와 꾸준히 수다를 떨고 있는가?

 ‘수다’라고 하니 혹시 ‘하필이면…’ 하는 마음이 들수도 있다. 수다의 사전적 정의는 ‘수선스럽게 말수가 많다’, 혹은 ‘ 쓸데없이 지껄이며 말수가 많은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수다의 주체는 대부분이 여성이고, 여성의 수다는 ‘쓸데없이 지껄이는 것’ 쯤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다가 당신의 ‘정신이 건강하다’는 지표라면 어떤가?

 

 털어놓기, 마음의 응어리도 함께

 

 수다는 사실 듣고 싶을 때 듣고, 말하고 싶을 때 말하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의 방법이다. 수다는 일방적인 지시나 명령과 달리 형식과 순서 없이 감정을 자유롭게 표출한다. 또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말의 내용이나 방법을 그때그때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눈치 보지 않으며 별다른 생각 없이 불특정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것이 수다이다. 말하기의 순서도 필요 없고, 누가 누구에게 말하기를 요구하지도 않는 순수 자연 발생적인 말하기가 수다이다.

 그래서 수다의 으뜸 장점은 “털어놓기”이다. 그것은 자신의 속마음일수도 느낌일 수도 생각일 수도 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털어놓기는 심리적 외상이나 마음의 응어리를 밖으로 배출해서 그 무게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화났는데 화나지 않은 척하며 있기보다는 ‘화났다’고 말했을 때 뭔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과 같다. 더욱이 그 이야기를 듣는 상대방이 ‘화낼만 했네’라며 맞장구라도 쳐주면 조금 더 마음의 여유가 생기게 된다 . 수다는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하게 한다.

 수다의 다른 장점은 ‘안전감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것이다. 심리학자인 메슬로우는 사람들은 누구나 불안이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 안전감을 느끼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걱정, 불안, 문제, 부정적인 감정 등은 ‘나 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하며, 때론 ‘더 한’ 것을 경험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 문제를 가지고 있고, ‘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왠지 자신의 문제는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안심이 된다. 더욱이 자신의 긴밀한 경험과 감정을 나누는 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해주는 역할도 한다.

 

 ’남들도 나와 같구나’ 확인 안전판

 

 어떤가. 수다가 ‘정신 건강’ 지표가 될 만 하지 않는가. ‘쓰잘데기 없는 일’로 여겼던 수다를 이제 자신의 심리적 건강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 ‘쓸데 있는’ 일로 여겨지지 않는가. 요즘 재미있게 보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 남자들이 나와 온갖 주제로 수다를 떠는 프로그램이다. 그러고 보니 ‘수다 떠는 게’ 주요한 프로그램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수다의 또 다른 장점은 ‘즐거움’이다. 말이 되든 안되든 일단 재미가 있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환영이다.

 그럼 모든 수다가 털어놓고 보니 가볍고, 듣고 보니 괜찮고, 즐거운 것일까. 수다는 어떤 주제(내용)인가가 중요하지 않다. 수다에서 중요한 것은 수다에 참여한 사람이다. 누구와 함께 수다를 즐길 수 있을까. 상사와 함께 직장에 대한 뒷담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을까. 남편과 함께 시댁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또 자기 이야기는 별로 하지 않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당신은 어떤가. 듣기만 하고 털어놓기는 하지 않는 사람인가?

 누군가 그랬다. 맺힌 것을 풀고 막힌 것을 뚫는 데 수다보다 더 좋은 처방전은 없다고.

조현미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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