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과 한계까지 천상 할리우드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이 만든 ‘인터스텔라’는 천상 할리우드 영화다. 이 영화에는 할리우드의 한계와 장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의 시작은 의미심장하다. 황사와 병충해로 식량 부족사태에 직면해 있는 지구는 더 이상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으로 설정된다. 영화는 곧 전직 우주비행사인 쿠퍼(메튜 맥커너히)에게 지구를 대체할 만한 곳을 우주에서 찾도록 종용한다. 작게는 아들과 딸을 위해 크게는 인류를 위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쿠퍼는 우주선에 탑승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전반부에서 지구의 절망적인 상황을 보여 주고, 이에 자신의 가족을 포함한 인류를 구하고자 책임과 희생을 택하는 주인공을 제시하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이 할리우드영화가 포기하지 못하는 테마인 ‘가족’일 것이다. 그렇게 쿠퍼는 가족을 지구에 남겨두고 광활한 우주를 여행하며 지구인들이 살만한 땅을 찾아 나서는 모양새를 갖춘다.

 이것과는 별개로, 우주공간을 재현하는 정성과 기술력은 과연 ‘할리우드’라고 할 만하다.

 ‘인터스텔라’의 장점 중 하나는 상대성이론·블랙홀과 중력의 관계·웜홀을 통한 시공간의 이동 등 어려운 과학이론을 비교적 쉽게 영화 속에 녹여내며 관객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우주를 구현하기 위해 과학적인 접근에 심혈을 기울인 덕택이다. 이런 이유로, 시공간의 개념이 다른 지구와 우주의 차이를 실감토록 하며, 우주를 무중력의 공간으로 재현한 ‘그래비티’와는 변별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관객들은 우주에서의 1시간은 지구의 7년과도 맞먹는다는 것을 접하게 되고, 거대한 파도가 지배하는 행성과 끝도 없이 얼음이 펼쳐져 있는 행성을 차례로 탐험하게 된다. 또한 지구와 중력이 다르거나 구름까지 얼어있는 우주와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우주공간의 핍진성을 높이기 위해 감독은 기존 SF영화에서 우주선에 동반되는 굉음을 제거하고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실제 우주에서는 소리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에 착안한 엄밀함의 소산일 것이다.

 확인한 바와 같이, 크리스토퍼 놀란은 관객들에게 실감나는 우주를 제시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열과 성을 다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발표한 웜홀(서로 다른 두 시공간을 잇는 구멍)을 통한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연출된, 쿠퍼와 딸의 만남 장면은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쿠퍼는 토성 근처에서 고차원의 시공간으로 향하는 웜홀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우주로 떠나기 전 자신의 집에 위치한 서재로 시간 이동을 하게 된다. 이 설정은 물리학의 이론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그동안 견지했던 외견상의 그럴듯함을 반감시키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의 전작들에서 ‘시간’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인식했었다. 이번 영화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공간에 따라 시간이 상대적으로 흐르는 시간 지체(time dilation)를 통해, 우주에 있는 쿠퍼와 지구의 딸이 다른 시간에 머물도록 하며 ‘시간의 상대성’을 사유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럴진대, 우주에서의 몇 시간 동안 수십 년이 흘러버린 지구의 시간을 애써 무시하고 쿠퍼가 딸에게 근접할 수 있다는 설정은, 과학의 이론을 무리하게 적용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경험한 시공간의 개념을 확대하며 고차원의 세계를 스크린에 생생하게 펼쳐냈다는 점에서 ‘인터스텔라’는 명불허전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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