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부드러울 수 없는 고기

 맛없고 볼품없기로는 영국이나 독일 음식이 악명 높지만, 한국인의 음식에는 슬픈 역사가 스며들어 있는 것이 많다. 설렁탕·추어탕·돼지국밥·부대찌개·곱창전골 등이 그러하다. 소고기가 없어서 소뼈 국물이라도 나눠 먹으라고 만들었다는 슬픈 전설의 설렁탕, 농한기에 논바닥을 뒤져서 나온 미꾸라지와 시래기 넣고 끓인 추어탕, 싸디 싼 돼지의 머리고기 창자 등 부속물로 만든 돼지국밥, 미군부대에서 먹다 나온 쓰레기 햄·소세지 등과 김치를 같이 넣고 끓인 부대찌개, 먹을 게 없으니 도축장에서 내다버리는 소 창자를 이용해서 만든 곱창구이, 곱창전골….

 그러나 감자탕은 위에서 예시한 음식보다 싸구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위 음식들에 비하면 고급음식이다. 돼지의 척추뼈와 감자, 우거지가 들어가 얼핏 국밥류 같지만 등뼈에 붙은 고기의 양과 정성을 생각하면 뼛국물이나 내장이 들어간 국밥류와 비교당하는 것이 감자탕 입장에선 불쾌할지도 모른다. 고학생일 때 하루종일 굶다가도 감자탕 한 그릇 먹으면 힘을 차리곤 했는데 이것이 감자탕이 다른 국밥보다 뛰어난 이유다.

 감자탕의 어원은 분분하다. ‘감자탕’이란 이름은 돼지 등뼈에 든 척수를 ‘감자’라 한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과 돼지 등뼈를 부위별로 나눌 때 감자뼈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을 넣어 끓였다고 해서 ‘감자탕’이라 했다는 설이 있다. 전라도 지역에서 만들어져 전국으로 퍼졌다는 것은 정설인 것 같고, 일제 강점기에 돼지등뼈국에 감자를 넣어서 감자탕이라는 설이 제일 설득력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감자탕과 뼈다귀해장국이 같은 의미로 사용이 되고 있고 오늘날 감자탕에는 감자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각설하고, 오늘 소개할 집은 광주지역에서 손꼽는 감자탕집이라고 필자가 개인적으로 믿고 있는 맛집이다.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특히 신세계 백화점 사거리 근처에 있는 직장인이라면 이 집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 집도 광주드림 맛집 리스트에 업데이트해서, 광주지역 직장인들의 점심메뉴 걱정을 덜어주는 공익성 맛집기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집의 상호는 ‘금호국밥감자탕’. 국밥과 감자탕을 주로 한다는 뜻이고, 실제로 국밥과 감자탕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었다. 필자는 이 집이 내세우는 대표음식인 감자탕을 주문했다.

 다른 집과 차별되고 훌륭한 점은 무엇인가? 첫째, 등뼈 고기가 부드럽고 양이 많다. 국내산만 쓴다하니 냉동을 안 시킨 것이어서 그럴까? 이집 고기보다 부드러운 감자탕집은 보지 못했다. 양으로 치면 대낮에 따로 안주를 시키지 않아도 소주 반 병은 거뜬히 마실 수 있는 안주거리가 될 정도이다. 둘째, 국물 맛이 인스턴트가 아니라 진국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맛이 있다. 몇 년 전 방송에 감자탕스프를 쓰는 감자탕집에 대한 고발프로가 방송된 적이 있는데 이 집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다른 국밥의 국물맛도 끝내주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육수를 한우사골로 내기 때문인 것 같다. 셋째, 국물에 들깨가루를 사용하여 서울지역의 감자탕보다 고소한 맛이 강하고, 돼지고기의 역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밥맛은 대학교 구내식당 수준이었다. 보다 질 좋은 쌀을 사용한다면 광주지역이 아니라 한국에서 손꼽는 감자탕집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지금 수준도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서 먹어야 할 정도 인기가 있는 식당이다.

 이 집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레파토리도 다양하지만 모두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비유컨대 국밥감자탕계의 ‘가왕 조용필’에 해당하는 집이라 할 수 있다. 국밥·순대국밥·돼지머리국밥·콩나물국밥·순두부찌개·김치찌개 6000원, 굴국밥 7000원, 새끼보국밥·소내장국밥·소머리국밥·뼈다귀해장국 8000원. 반드시 8000원짜리를 시킬 필요는 없다. 이 집에 간다면 6000원짜리부터 시켜보길 권한다.

 영업은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10시30분 무렵까지며, 주차장은 없지만 바로 앞 안과병원에 유료주차할 수 있다.

주소: 광주광역시 서구 광천동 34-4.

전화번호: 062-351-1432

변길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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