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현아>
-‘꽃게장+돌솥밥’ 조합을 평범한 가격에

 밥 먹었냐? 밥 먹으러 가자! 밥 먹고 있다. 날마다 수차례 말하거나 듣는, 한없이 평범한 진술이다.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이 진술의 주인공이 밥인지.

 뭘 먹을까, 라는 선택의 순간에 쌀밥이나 보리밥, 찐밥이나 찰밥을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다. 대체로 밥은 그냥 쌀밥이다. 뭘 먹을까, 라는 선택지는 요리에 관한 것이다. 생태탕, 고등어조림, 제육볶음, 순두부국, 청국장, 설렁탕 등등. 맛집 소개도 예외 없이 요리를 다룬다. 밥 이야기는 별로 없다. 밥은 그냥 달려 나오는 부산물로 취급하기 마련이다.

 쌀밥, 보리밥, 찰밥, 무른밥, 된밥, 찐밥… 무엇이든 밥은 물과 불이면 지을 수 있다. 잘 지어서 공기에 담아 보온밥통에 켜켜이 쌓아 둔 스테인레스공기밥이 식당밥의 표준이다. 이 표준보다 밥의 품질이 더 좋으면 그곳은 예외 없이 맛집이다.

 물과 불만으로 ‘차이’를 만들어 내는 건 보통 재주가 아니다. 그 재주를 가진 식당의 밑반찬이나 요리맛이 나쁠리 없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밥맛은 차이가 나지 않는, 그냥 주어진 상수로 취급한다. 실제로 밥맛은 거의 차이가 없다. 거기서 거기다.

 밥맛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온 게 돌솥밥이다. 돌솥밥은 그 자체가 ‘요리’이다. 밥이 밥이면서 동시에 요리인 것이다. 돌솥밥은 세 가지 면에서 스테인레스공기밥과 구별된다. 갓 지은 밥이고, 어디선가 퍼낸 게 아닌 나만의 밥이다. 후식으로 누룽지가 절로 나온다.

 우리의 식도락가 A씨. 돌솥밥이 대중식당에 등장하자, 부지런히 쫓아 다녔다. 밥맛이 좋으니 양념간장에 비벼먹기만 해도 충분했다. 단골이었던 A씨의 변심에 화가 난 Z식당이 변신을 시도했다.

 Z식당은 요리+스테인레스공기밥에서 요리+돌솥밥으로 구성을 바꿨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노동집약적 제품인 돌솥밥을 취급하려면 원가 상승을 피할 수 없다. 뜨겁고 무거워서 서빙하는 일도 성가시다. 요리+돌솥밥 조합이 쉽사리 번지지 않은 이유이다.

 많이 에돌았다. 소개할 식당은 광산구 동곡동 꽃게장 거리에 있는 ‘해남식당’이다. 꽃게 요리 3종(꽃게된장국+간장게장+양념게장)에 영양돌솥밥 조합으로 상을 차린다. 꽁치구이, 다슬기장조림, 묵은지돼지볶음, 오이무침, 바지락젓갈을 포함해 밑반찬은 18가지에 이른다. 여름에는 호박잎 쌈장 세트가 나온다. 2인 이상 주문이 기본이다.

 꽃게된장국은 뚝배기에 항상 새로 끓인다. 추가하려면 바닥을 보기 전에 미리 말하는 게 좋다. 먹다보면 늘 놓치는 게 돌솥밥 속에서 끓고 있는 누룽지이다. 누룽지가 준비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반찬 먹는 양을 조절해야 한다.

 가격은 1인분 8000원이다. 의미는 여기에 있다. 꽃게장에 돌솥밥 조합만으로도 1만 원 아래 가격을 고수하기란 쉽지 않다. 수도권의 친구에게 이 음식을 소개해줬는데 녀석은 한정식을 먹는 줄 알았다. 가격 8000원 안내판을 보고서는 ‘1’자 하나가 지워진 줄 알았다고 했다.

 동곡동 꽃게장 거리에는 꽃게장 백반 식당이 여럿이다. 어느 곳엘 가도 후회하지 않는다. 식당마다 ‘승부처’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예컨대 밥은 평범한 스테인레스공기밥이라 하더라도, 푸짐한 꽃게탕으로 승부를 거는 곳이 있다.

 해남식당은 영양돌솥밥이 승부처이고, 꽃게탕은 약하다. 게를 넣은 된장국에 가깝다. 대신 밑반찬맛이 탄탄하게 기본기를 갖췄으며, 다슬기 장조림이 특별하다. 꽃게장 ‘요리’뿐만 아니라 갓 지은 나만의 영양돌솥‘밥’까지를 평범한 가격으로 탐닉할 수 있는 곳이 해남식당이다. 여기서 확실히 우리는 밥을 먹는다, 꽃게장 요리와 함께.

주소: 광주광역시 하산동 12-5

전화: 062-944-2359

글=이정우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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