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성의 뿌리는 `우월콤플렉스’"

 최근 한 시민운동가의 돌출적 행동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조찬 행사 중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 씨가 강사로 초청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칼로 공격해 상해를 입힌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이 사건은 좌파·종북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면서, 연말정산과 담뱃값 인상 등으로 궁지에 몰려있던 여당의 정치적 수세를 순식간에 덮어버렸고, 공안정국이 조성되면서 보수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다. 김기종 씨 사건에 대한 인터넷 댓글 또한 이같은 관점이 넘친다.

 한 사회활동가의 돌출적 행동을 정신 이상이나 종북으로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그 순간 자신이 대단한 판단력이 있고 정당한 것 같은 자기만족을 주겠지만 단순한 배설의 욕구를 충족시키는데 그칠 뿐이다. 지금 우리는 그에 대한 비판 이면 행동의 배경을 이해하고, 한국사회에 노정돼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비판적인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치문제인가, 심리이상인가?

 

 현재 그 사건은 크게 정치적으로 접근하려는 태도와 심리 이상으로 접근하려는 태도 두 가지로 구별된다. 정치적으로 진보적 관점에 있는 단체들은 그의 행동 자체는 잘못되었지만 그의 주장은 정당하다고 본다(일본의 독도 침탈을 막아내야 하고, 일본의 우익화된 정치적 배경에 미국이 있으며, 그로 인해 남북통일이 늦춰지고 있다는). 반면 현 여당과 보수적 관점에 있는 단체들은 독도를 지키자는 그의 주장은 무시한 채 근본적으로 종북과 같다고 본다. 증거에 근거하지 않는 이러한 성급한 결론으로부터 배후세력 찾기, 국가보안법 적용하기 등 실효성 없는 제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다음으로 심리이상으로 접근하는 태도다. 그에게 혐오감을 보이는 네티즌 일부는 그를 사이코패스로 규정한다. 이러한 태도는 3월6일 KBS시사진단에서 그를 ‘외로운 늑대형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것을 통해 더욱 힘을 싣기도 한다. 물론 여당과 보수적 단체들은 그를 심리 이상으로 보는 것에 선을 긋고 있다. 그를 정치적 희생양으로 만드는 데 그의 심리이상은 참작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그를 피해자로 보려는 입장이다. 그가 88년 우리마당 사무실에 4명의 괴한이 침입하여 직원을 성폭행한 사건 이후 트라우마가 남았다는 주장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가 서울대학교 입시에 수차례 실패한 것이 그가 기존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저항의 도화선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같은 후자의 관점들은 그가 가해자이지만 실제적으로는 사회의 피해자라는 점을 통해 그를 간접적으로 옹호하는 것으로 비춰진다.

 

 얼굴 공격…상대에 대한 강한 적의 표현

 

 이 사건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언급한 정치적 주장을 내용적 측면에서만 다뤄서는 안 되고, 그의 자전적 기록에서 일관된 욕구를 발견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우리가 찾아야할 답은 왜 그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방식의 접근을 하지 않고 극단적인 폭력을 행사하였는가다. 그의 폭력성은 사실 매우 강렬하다. 사람들이 타인을 공격할 때 일반적으로 얼굴을 공격하지 않는다. 얼굴을 공격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매우 강한 적의가 있을 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다. 그가 리퍼트 대사의 얼굴을 공격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그의 폭력성은 그의 자살사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88년 우리마당 피습 사건에 대한 1인 시위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분신을 시도했다. 그의 화상 정도와 이후 일년 간의 입원 과정을 볼 때 정도가 상당히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그는 단순히 분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했다기보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자해·자살이 자신을 향한 공격성의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자살을 통해 영향을 끼치고자 했던 대상은 정부였다는 점을 보면, 결국 그의 공격성이 이미 그때부터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그가 단순한 절망감으로 자포자기 형태의 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공격성의 뿌리는 무엇인가? 간단히 정의하자면 그의 ‘우월콤플렉스’가 그의 공격성의 뿌리로 보인다. 그는 5대 종손으로 알려져 있다. 일가친척들의 그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성장 과정에서 상당했을 것이다. 즉 그는 아동기와 청소년기 그가 속한 친족집단에서 인정받는, 가장 우월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런 그가 대학 입시라고 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최초의 실패를 경험했다면 그 충격은 상당히 심했을 것이다.

 “모두가 서울대에 진학하지 못했던 것이 오히려 자양분이 되면서 대학가의 암울한 여건을 헤치고 나와 대학 연합의 매체별 소모임을 결성했다”면서 “만남이 자연스럽게 월 1회로 정례화 되면서 광주(항쟁) 등 실제와 진상을 이야기하는 가운데 (모임이) 더욱 구체화됐다”고 적었다. (문화일보 3월 9일 기사 <김기종, 대입 실패가 사회 불만으로 ‘反美운동’> 기사 중 일부)

 그가 지원했던 학과도 법대로 일반적으로 사회적으로 권력을 지향하는 집안이나 사람들이 지원하는 곳이었고, 그가 결국 3년 후 대안적으로 선택한 것도 성균관대학교 법학과였다.

 그의 우월성 콤플렉스는 그가 운영하는 ‘우리마당 독도지킴이’ 홈페이지와 블로그에도 잘 드러나 있다. 그는 82년 우리마당을 창립하면서 이후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큰 영향을 주었던 계기에 자신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박종철 열사의 49제를 자신들이 주관·집행했고, 1987년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도 자신이 주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가 그러한 행사에 일부 참여한 것을 과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또한 유명한 정치인과의 연계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정치인들의 행사에 종종 보이콧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유홍준 전 문화부 장관, 유시만 보건복지부 장관,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자신의 단체에 강의나 지원해준 것을 주변에 알렸다. 그가 보인 이런 행동은 그들을 단순히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차원을 넘어서 그들과의 관계가 대단하고, 강력하다는 관계망상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그가 우리에게 꽃이 될 순 없었을까?

 

 그가 피습 이후 언론에 노출되는 사진을 보면 매우 흥미롭다.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 듯한 당당함, 휠체어 이동 중에 고통을 호소하는 과도한 액션 등 타인의 고통에는 둔감하고, 자신의 고통에는 민감한 모습 등은 그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매우 정당하고 의로웠다는 것을 자신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망상장애의 특징은 자신의 생각이 사실과 다르거나 오히려 그 반대라는 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가해자라는 측면을 전혀 보지 못하고 자신이 피해자라고만 인식하는 것이다.

 그의 인생의 실패와 고립은 그가 주장한 신념의 오류로 인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극단적으로 몰아가고, 자신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폭력성을 보임으로써 자기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의 꿈과 이상을 무너뜨린 사람은 바로 그 자신인 것이다. 그의 재능과 포부를 그가 우월감 콤플렉스에 의지하지 않고 타인을 따뜻하게 품으면서 지향할 수 있었다면 그는 우리에게 의미 있는 꽃이 되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의석<미래학습상담센터 소장/인문지행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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