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신 말고 또 새 신 신을란가”
무장장 모퉁이에 앉아 잠시 쉴참하는 두암리 할매(85).
“넘의 나이를 다섯 살이나 묵었어.”
80살 이후로는 `넘의 나이’라는 말씀이다.
“인자 지팽이가 효자여. 이놈 의지해서 댕기요. 인자 내 두 발로는 못 댕개.”
짜박짜박 걸음마 띨 적 박수 치며 지켜보던 아부지가 짚신 곱게 삼아 신겨 주던 그 두 발로 산 넘고 바다 건너 긴 생애 지나온 할매. 할매한테 가장 좋은 신발은 안 미끄러운 신발.
“이 신 말고 또 새 신 신을란가 어짤란가. 신이 닳아지도 안해. 내 원대로 어디를 못댕인께. 아들네도 딸네도 못가, 암디도 못가. 집 앞에 오는 뻐스차 타고 병원만 오고 장에만 와. 병원도 꼭 장날만 와. 두 번 걸음 힘든께.”
“막둥이까지 여웠어. 인자 숙제 다 해불었어”
바람 찬 겨울날에도 시래기 내걸린 벽은 스산하지 않다.
몸 속속들이 햇빛을 채우고 있는 시래기. 그 시래기 걸린 다순 벽에 이끌려 들어선 집, 이점남(63·화순 동면 무포리) 아짐의 집이다.
“저거 있으문 든든하제. 겨울에 딴 반찬거리 걱정 안해도 되야. 국도 낄여묵고 물천어 같은 거 조림할 때도 넣고 고등어지질 때도 넣고.”
시래기뿐일까. 마당에 놓인 비닐하우스 안에는 춥고 긴 겨울의 무료함을 달래줄 먹거리들이 그득하다.
“빼깽이 잔 잡사봐.”
단맛을 옹골지게 품은 빼깽이가 평상 위에 상형문자처럼 가지런하다. 환한 전구알 같은 곶감도 조랑조랑 매달렸다.
“산중이라 옛날에는 묵고살기 힘들었제. 우리 아저씨도 노가대도 다니고 별거 별거 다했어. 그래갖고 사남매 다 대학 갈치고 키왔제.”
올해 막내아들이 결혼했다.
“막둥이까지 다 여웠어. 인자 숙제 다 해불었어.”
삶의 굽이굽이 어려운 숙제를 함께 해온 동무, 남편 문제호(65)씨의 신발이랑 아짐의 신발이 함께 나란히 놓여 있다.
“오매, 인자 본께 벨라도 다정하게 붙어 있네, 하하.”
문수 235와 265인 털신 두 켤레.
“인자 날 추와진께 작년에 신던 거 다시 꺼내서 빨아놨어.”
함께 걸어온 세월마냥 적당히 낡았고, 그래서 또 이무롭다.
“이만하문 우리는 괜찮하게 산 폭이여. 입다툼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