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영화의 절묘한 결합

 ‘위플래쉬’는 재즈와 영화가 행복하게 만난 경우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재즈연주자로 성공하고 싶은 제자와 이 학생에게 혹독한 교수법으로 일관하는 스승의 대립이 주요 내용이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이 사소하다 싶은 이야기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한다는 점이다.

 이는 감독의 출중한 연출력 덕분이다. 두 인물이 갈등하고 마찰하며 반목하는 내용으로 한 편의 영화를 끌고 가는 감독은, 예측불허의 이야기전개와 적재적소에 배치한 영화적 장치들로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특히 이 영화의 편집은, 재즈의 리듬감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속도감을 조절하면서 ‘눈으로 보는 재즈’를 선물한다.

 여기에다 스승과 제자로 등장하는 플레처(J.K. 시몬스)와 앤드루(마일즈 텔리)가 뿜어내는 광기는 캐릭터영화로서의 진수를 만끽하게 한다. 정말이지, 두 인물은 지독하다 싶을 만큼 스스로의 자의식을 극한까지 밀어붙이고, 이러한 자의식 과잉은 예술과 예술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를 준다.

 영화의 원제인 ‘위플래쉬’(Whiplash)는 행크 레비가 작곡한 재즈곡인데, ‘채찍질’이라는 뜻이다. 이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제자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일삼으며, 멈추지 않는 채찍질로 그들의 재능을 끌어내려는 플레처의 모습에서,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길이 끊임없는 노력의 소산임을 확인할 수 있다. 플레처가 “그만하면 잘했어 (Good job)”라는 말을 강하게 부정 하는 것은 이를 입증한다.

 그렇다. 예술가의 세계에서 적당히 해서는 최고의 단계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플레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인 것이다. 플레처는 자신의 교육철학과 훈육방식을 실천하며 예술을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장본인인 것이다.

 당연히 이와 같은 지도 방법은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호랑이 선생님이 다그치는 온갖 수모를 감내하며 버티기란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에 플레처와 앤드루의 갈등은 폭발하고 영화는 더 극적인 위기를 준비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 최대의 위기 국면이 재즈영화로서의 진면목이 펼쳐지는 순간이 된다는 점이다. 서로에게 상처를 준 두 사람은 새로운 팀을 이루어 재즈페스티벌의 무대에 서게 되고, 이때 앙금이 남아있던 플레처는 앤드루를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악의를 행사한다.

 바로 이 대목에서 재즈의 재치가 적용된다. 위기에 굴하지 않고 앤드루는, 듀크 앨링턴의 ‘카라반’을 단원들과 협연해 내는 즉흥성으로 스승이 파놓은 함정을 보기 좋게 탈출하는 것이다.

 감탄할 만한 것은, 앤드루가 원곡이 끝난 시점에서 드럼 연주를 창조적으로 이어나가며 즉흥음악으로서의 재즈를 완성해낸다는 점이다. 재즈에 있어서 즉흥연주는 악보대로만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독창성을 가미하는 강점이 있는데, 앤드루는 이를 반영해내며 재즈의 진수를 선보이는 것이다.

 그러니까 감독인 다미엔 차젤레는, 재즈보컬의 창법인 ‘스캣’(scat·임기응변으로 가사 없이 목소리로 연주하듯 부르는 노래)을 영화 속에 창의적으로 끌어들여 긴박한 상황을 기막히게 돌파하는 것이다. 이렇듯 ‘위플래쉬’는, 재즈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즉흥연주의 방식을 영화의 정점에 위치시키며 수준 높은 음악영화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다 이 영화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이야기 전개를 취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재즈의 형식과 닮았다는 점에서, 영화의 내용과 형식을 일치시키려는 감독의 의지를 읽을 수 있기도 하다.

 결국 감독은, 재즈의 형식을 영화의 스타일로 녹여내며 ‘재즈형식으로서의 영화’를 완성시킨다.

조대영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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