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말 하면 너무 극단적일까요? 하지만 해야겠네요. 부부 사이가 안 좋으면 아이 교육은 아무리 잘 해봐야 별 소용없다는 걸요. 이걸 어쩌나요. 부부 사이가 별로인 집이 많을 텐데…. 반복되는 부부 싸움에 게다가 집안 물건이 부서지고 만에 하나 신체적 폭력이 있었다면! 게임 끝!, 이라고 하면 너무한 걸까요.

 부모 사이가 안 좋으면 아이는 반드시 마음에 상처를 받습니다. 불안·슬픔·분노·죄책감·자기 비하 등 감정적 외상을 겪게 됩니다. 아이는 그 상처를 덮느라 애씁니다. 하지만 아이는 표현하지 않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생활합니다. 아이는 커가면서 스스로 그 상처를 치유하는 힘든 과정을 겪거나 아니면 상처와 씨름하며 살게 됩니다.

 

 부부싸움, 아이에게 피할 수 없는 감정적 외상

 

 엄마가 아빠를 미워하고 아빠가 엄마를 구박할 때 아이는 어떤 마음이 들까요? 나의 엄마를 구박하는 아빠, 내 아빠를 미워하는 엄마, 그들이 나를 사랑해 줄 때 그 사랑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이는 혼란스런 사랑을 받는 겁니다. 그건 혼란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그 사랑은 분노를 동반한 사랑이고 죄책감을 수반한 사랑입니다. 구박받는 엄마는 불쌍한 사람이고 그런 엄마의 사랑은 불쌍한 사랑이 됩니다. 무시당하는 아빠는 초라한 사람이고 그 아빠의 사랑은 초라하고 미안한 사랑입니다. 사랑이라는 이름 속에 불쌍함, 미안함, 분노, 혼란이 함께 들어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웃고 있지만 사실 웃는 게 아닙니다. 그 웃는 얼굴 속에는 슬픔과 미움이 숨어있습니다. 아이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웃습니다. 내가 웃지 않으면 엄마 아빠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불안합니다. 그 아이는 불안한 사랑, 슬픈 사랑 속에서 자라게 됩니다.

 아이를 잘 키우려면 먼저 부부사이를 좋게 만들어야 됩니다. 그런데 그게 쉽나요? 부부 사이가 하루아침에 좋아질 리도 없고요. 그렇다고 아이 키우는 걸 잠시 미뤄둘 수도 없고요. 어쩌면 좋지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부부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멸시하는 데서 옵니다. 상대의 태도나 행동을 못 마땅하게 여기고 증오와 비난, 학대까지 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부부 관계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가게 됩니다.

 

 부부 사이 가장 좋은 덕목 ‘존중’

 

 부부 사이를 좋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존중’입니다. 상대방을 높이고 소중하게 여기는 거지요. 하지만 무시와 멸시의 관계가 하루아침에 존중으로 바뀔 수는 없습니다. 십년 세월 동안 나빠진 부부 관계가 좋아질 것 같나요? 쉽지 않죠. 잘 지내보자고 애썼지만 번번이 실패해서 여기까지 왔는데요. 어쩌지요. 이 상태가 변하지 않으면 아이에게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아이는 보이지 않는 상처로 힘들어 할 텐데요.

 사이가 좋지 않은 부부에게 제가 응급으로 권하는 처방이 있습니다. 관계를 좋게 하긴 어려워도 악화되는 걸 막고 후유증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부부가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지요. 둘 다 반말을 하거나 한 쪽이 반말을 하는 부부가 많습니다. 지금부터 둘 다 존댓말을 하는 겁니다.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 ‘존중’의 시작입니다. 반말만 쓰던 분들은 무척 어색해 합니다. 하지만 어색함이 문제입니까.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이라도 버릴 분들이 이상하게도 자존심은 못 버립니다. 불안과 혼란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어색한 자존심을 버려주세요.

 존댓말을 써보세요. 무시와 멸시가 가슴속에 남아 있어도 표현하는 말이 달라지면 그 마음도 조금씩 조금씩 변하게 됩니다. 특히 가시 돋친 말이 줄어들게 되어 싸워도 약간 고상하게 싸우게 됩니다. 그러면 아이가 받는 상처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겠지요.

 잃어버린 단어, ‘존중’을 다시 살려주세요. 아이도 밝고 건강하게 다시 살아나게요.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남평미래병원 원장·사이코 드라마 수련감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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