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이 곧 법이다. 법이 곧 짐이다”

자신의 주변에 행동이 독특하고, 자주 예상 외의 반응을 하고, 뻐기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우리는 그 사람을 쉽게 `또라이’라고 부르면서 치부할 수 있다. 그 사람에 대해 그러한 명명을 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는 자기만족과 그에 따르는 기분 상승만을 경험할 뿐, 그 사람에 대한 이해나 더 좋은 반응을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근 우리 주변에 그와 비슷한 한 사람이 등장했으니 그가 바로 경남도지사 홍준표이다.
그는 도지사가 되어 진주의료원 폐업, 무상급식지원 중단 등 큰 이슈를 만들어 내기 이전에도 작지 않은 이슈를 꾸준히 생산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동은 단지 경상남도에 머무르지 않고 전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된다. 어쩌면 한나라당 대표 등 그 이전의 어떤 시기보다 국민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는 만족감에 기뻐할지 모르겠다!
그가 최근 보인 정치적 결정은 그 내용과 방법 모두에서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의구심을 만들어냈다. 왜 굳이 정치적 반발이 클 무상급식지원을 중단하였는가? 이미 서울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정치적 생명을 끊어놓았던 선례를 잘 알지 않았던가? 둘째 왜 그는 많은 도민과 국민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어쩌면 저렇게 당당할 수 있는가이다. 자신의 무상급식과 함께 따라온 도의회 회의 중 영화 관람, 비즈니스석 탑승과 미국 출장 중 골프 등 문제가 있었음에도 이렇게 꿋꿋할 수 있을까? 이러한 독특함이 단지 그를 단순히 분노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관찰과 분석의 대상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이분법적 사고의 소유자
그의 첫 번째 특징을 표현하자면 “짐이 곧 법이다. 또한 법이 곧 짐이다”이다. 80년대 광주지역 조직폭력배 소탕과 전두환 친인척, 박철언 등에 대한 법 집행으로 그에게 `모래시계검사’의 정의감을 기대하는데 그것은 착각이다. 그는 단지 사회체계를 보수적 견지에서 유지시키는 법의 충실한 시행자(doer)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자베르 경감과 같은 인물이다.(그가 앞으로 자베르처럼 자신의 잘못을 알아주면 좋겠다.) 진주 의료원 폐업이나 무상급식 지원 등 그가 취한 정치적 행동이 법에서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간혹 BBK 김경준 기획입국설 조작 논란처럼 위험한 경계선에 가까이 간 적은 있지만 결코 지나친 모험을 한 적은 없다. 그에게 법은 곧 자신이다. 즉 자신의 정체성의 핵심에 법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이분법적 사고의 소유자이다. 앞서 그는 법에 근거해서 세상을 지각한다. 법에도 중재와 타협이라는 모호한 영역이 있지만, 대체로 법은 있음과 없음의 양 극단 중 하나에 대한 선택을 중요시한다. 그에게는 불의 vs 정의라고 하는 프레임이 강하게 있는 듯하다. (물론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항상 정의의 편이었지만!) 경남 학부모들과 국민들이 그의 무상급식지원 중단을 학생들에 대한 비교육적 처사라고 몰아가지만 그에게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법에 근거하지도 않은 주장을 하는 불의한 세력과 다름이 없다. 즉 무상급식 또는 의무급식을 주장하는 일반 국민들은 홍준표 자신과는 다른 정치적 주장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검사 초임시절 자신이 잡아들였던 조직폭력배나 비리정치인과 그다지 다르지 않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다. 일반 시민의 편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정신구조이지만 그에게는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주장에 대해 이처럼 당당할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정치적 행동은 마치 법정에서 죄를 꾸짖는 검사와 같다.
세 번째 그의 특징은 과제 집착력이다. 그가 검사시절 다룬 국제 PJ파 사건, 파키스탄 조직폭력배 사건, 슬롯머신과 빠칭코 사건 등 어느 하나 위험하지 않은 사건이 없었다. 당시 조직폭력배, 경찰, 검찰, 정치인 등과의 유착관계가 지금의 상황과 달리 매우 긴밀했던 점을 생각하면 그가 받았을 심리적 위협감과 상부의 압력은 상당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해결하고자 목표를 정하면 그것을 끝까지 마무리하곤 했다. 그의 정치적 행동도 검사시절 수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진주의료원 폐업 당시에도 시민과 직원 그리고 야당 등에서 상당한 저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한번 물면 놓아주지 않는다.
홍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네 번째 특징은 유연성이다. 그는 정치를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나 진보정당 어디에서도 그처럼 잔인하고 숙련된 전문가로서 정치인을 발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가 방송에서 했던 여러 모습들을 비교해보면 깜짝 놀란다. 어떤 정치인이든 일관된 이미지를 보여주기 마련인데 그의 이미지는 방송마다 현격한 차이가 난다. 마치 전혀 다른 인격체가 된 듯한, 최근 방영되었던 `킬미 힐미’의 지성과 같은 정도의 강력한 인격분리가 느껴진다. 그는 경남도지사가 되기 전 채널A의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나와 자신이 도지사에 출마하게 된 배경을 지극히 겸손한 태도로 전달한다. 너무나 소심하고 유학한 약자와 같은 모습이다. 반면에 무상급식지원 중단과 관련된 기자회견과 도의회 답변 등에서는 `물어도 답하지 않기’,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기’, `상대방을 패닉에 빠지게 하는 유머 남발하기’, `실수인 듯 욕 날리기’ 등 다양한 수사법을 쓰면서 자신과 상대의 권력 차이가 하늘과 땅 정도임을 몸으로 보여준다. 정치적 토대가 약한 그가 검사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말한 것처럼 독고다이로만 생활했다면 그는 결코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법이라는 그의 신념을 버리지는 않지만 정치적 태도는 언제든지 변화시킬 수 있는 매우 유연한, 적응력 있는 사람이다.
정치평론가들의 언급하듯 그가 대선을 위해 준비하는 것이라면, 그래서 그가 실제로 대선에 나오고 그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이 될까? 그는 대선과정에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국민들이 희망하는 공약을 임시적으로 내놓겠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고나서는 결코 국민들의 요구대로 정치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국민들의 지지에 의해서 권력이 생겼다는 관점을 결코 가지고 있지 않다. 그에게 권력은 위에서 생긴다. 그렇기에 결코 국민과 타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법에 근거한 검찰국가의 탄생, 지금의 정권보다 더욱 강력한 경찰국가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그를 감히 법의 화신이라 부를 수 있다면 그가 국민을 위해서 정치에 뛰어들지 말고 법의 영역에 머물렀다면 국가에게는 행운이었을지 모르겠다.
정의석 <미래학습상담센터 소장/인문지행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