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자 하는 욕망 강해야 모든 핸디캡 극복”
`머리 좋다, 아니다’ 이분법적 사고 경계
“엄마 잔소리는 공부와 연관 없다”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아이 공부에 대한 엄마의 고민입니다.

 “저희 아이는 내년에 학교를 갑니다. 아들이고요. 근데 지금까진 학습지나 그런 거 안 시키고 그냥 제가 한글 좀 가르치고 있었어요. 나중에 지 공부 머리에 따라 알아서 하겠지 하고요. 그런데 초등 2학년 아들을 둔 친구가 저보고 뭐라 하네요. 공부는 습관이라고. 초등 저 학년 때 습관을 안 잡아주면 공부하기 힘들다고요. 그 습관은 엄마가 잡아줘야 한다고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공부는 타고 나는 걸까요? 아님 엄마가 습관 잡아주기 나름일까요?”

 다음은 질문에 따라온 댓글들입니다.

 “공부, 타고 나는 것 맞습니다. 운동·미술·음악·글쓰기, 심지어는 탁월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까지도 타고난다는 걸 인정하면서 왜 공부만은 예외로 두는지 그게 더 의문입니다.”

 “공부 머리는 타고 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는 거 아닐까요. 제가 볼 땐 가정환경이나 주변 환경에서 영향을 받는 거 같습니다. 하루에 30분~1시간이라도 자리에 앉아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라는 것입니다. 자기가 정신 차리고 공부할 때는 늦습니다.”

 공부는 타고난 걸까요? 사실 질문에 문제가 있지요. 공부 잘하는 게 타고난 게 아니라 머리 좋은 게 타고난 거겠죠.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경험인데요. 반에서 공부 못하는 애가 있었어요. 학교 땡땡이치고 맨 날 놀기만 하고 반에서 하위권을 맴돌던 아이였죠. 얘가 재수해서 일년 만에 서울대 경영대 갔어요. 그 때 확실하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머리 좋은 놈이 마음먹고 공부하면 안 될 게 없구나.

 당연히 머리 좋은 애들이 공부 잘 하겠죠. 운동 신경 좋은 애가 농구나 축구 잘 하듯이요. 엄마 아빠가 머리가 좋으면 아이들도 머리 좋을 가능성이 높겠죠. 그렇다면 부모님들이 애들 공부 못한다고 꿀밤을 줄 게 아니라 차라리 자기 머리를 쥐어박는 게 맞겠네요.

 중요한 것은 머리가 좋다 나쁘다는 이분법으로 생각하는 게 문제죠. 머리 좋은 것도 정규분포 곡선처럼 상위 5%가 있고 하위 5%가 있어요. 나머지는 다 중간이죠. 중간 그룹은 열심히 하는 정도에 따라 중간에서 왔다갔다하는 거예요. 머리가 아주 좋은 애들 빼고는 열심히 하는 정도에 따라 차이가 나겠죠.

 댓글에 이런 답을 주신 분도 있더군요.

 “타고난 머리 + 배우고 싶은 욕구 + 남한테는 질 수 없다는 오기 + 지구력 = 공부 1등”

 맞는 말 같네요.

 공부 잘하는 데는 머리만 타고난 게 아니라 지구력도 있어야 돼요. 꾸준히 앉아서 공부하는 습관이죠. 이것도 타고난 경우가 많습니다. 또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오기도 있어야 되는데 이것도 대개는 타고난 거죠. 머리뿐만 아니라 지구력, 욕심, 오기도 사실 타고난 성향이 있어요. 그러니 공부하라고 야단친다고 될 게 아닌 거 같네요.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을 한 방에 날릴 비장의 무기가 있긴 있어요. 그게 뭐냐 하면 ‘동기’예요. 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게 생기면 숨어있던 재능이 솟아나고 모든 핸디캡을 극복하는 힘이 생기지요. 문제는 동기 부여가 중요하지만 억지로 만들어 줄 수 없다는 거죠. 자발적 동기 발생도 때가 있는 거 같아요. 우연히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공부 잘 하는 게 여러 조건이 필요하네요. 그러고 보면 엄마의 잔소리와 공부는 아무 연관이 없는 건 확실하군요. 하지만 ‘아이가 타고난 재주가 부족하더라도 엄마가 악을 쓰고 달라붙으면 공부 좀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엄마도 있을 거 같습니다. 제 생각에 그럴 경우 아이가 공부 잘 할 확률은 10% 정도고 대신 아이 망칠 확률은 90% 넘을 겁니다. 위험한 도박이네요.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남평미래병원 원장·사이코 드라마 수련감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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