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예측가능성 부재, 공포 키워

‘메르스 확산 방지와 예방을 위하여 6월10일 수료하는 훈련병은 면회를 하지 않습니다’는 문자를 받은 필자는 메르스가 무섭다. 그러고 보니 언론에서는 메르스 때문에 사람들이 모임, 회식을 취소하고 야외 나들이마저도 나서지 않는다고 한다. 감염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란다.
당신은 어떤 상황에서 불안, 공포를 느끼는가? 귀신? 개? 신종플루? 메르스? 신용카드 청구서? 특정 대상에 대해 느끼는 공포는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르다. 개에게 물려 보거나 쫓겨본 사람이 개에게 공포나 불안을 느끼는 것은 고통의 기억과 생존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그러나 메르스나 신종플루처럼 경험하지 않고도 사회 전체가 두려움에 휩싸이는 경우도 있다.
치료약이나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고, 감염되었을 경우 치사율이 높다. 그러므로 예방할 수 없고, 감염되면 죽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불안과 공포의 실체다. ‘예방할 수 없음’은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 ‘대처할 수 없음’을 의미하고 감염의 확률조차 ‘예측할 수 없음’으로 인해 두려움은 극대화 된다. 인간에게 통제와 예측 가능성의 부재는 강력한 스트레스원이기 때문이다.
‘정보 없음’ 인해 예측·통제 실패
감기는 열, 기침, 통증, 콧물의 증상을 동반하고, 충분한 휴식과 균형 잡힌 음식 섭취, 그리고 약물복용으로 나을 수 있다. 그러나 메르스는 열, 기침, 통증, 가래를 동반하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진, 격리병동에서 치료한다. 증상은 비슷하나 감기에 걸린 사람은 충분히 통제와 예측, 그리고 적응하여 일상생활에 별 지장이 없다. 반면 메르스는 우리의 예측과 통제의 범위를 벗어나 있다.
통제와 예측가능성은 왜 중요할까? 우리는 살면서 다가오지 않은 내일에 대해 별다른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 내일도 오늘과 비슷한 생활패턴일 거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밥 먹고, 버스를 타고 직장이나 학교로 가서, 익숙한 사람들과 하루를 보낸 후, 별일이 없다면 집으로 귀가할 것이니까. 간혹 직장이나 학교에서 예정에 없던 출장, 회의가 잡혔을 때 조금 긴장하기도 하지만, 곧 익숙해지고 적응한다. 충분히 있을 법한 상황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대처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긴장하고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어떤 대상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은 대부분 충분하고 믿을 수 있는 ‘정보 없음’으로 인해 예측의 실패, 통제의 실패이다. 필자가 본 메르스 예방법 중에는 바세린을 콧속에 바르면 바이러스가 코에 들러붙지 않아 예방이 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는 바세린 약 성분 때문에 코가 헐고 부작용이 더 크단다. 출처나 정보원을 할 수 없는 이런 내용들은 SNS망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양산되고 있다. ‘대체 무엇을, 누구를 믿어야 할까’하는 의문으로까지 발전한다.
사회 구성원간 신뢰가 사회적 면역력
그러나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자신에게 친숙하지 않는 상황이더라도, 또 이내 적응하고 살아간다. 이사를 간 처음에는 낯선 사람, 장소에 약간 긴장을 하지만, 조금씩 사람과 가게, 동네지리를 알아가고 그곳에 동화되어 간다. 낯설음에 대한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다. 질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생물학적인 면역력이 생긴다. 그리고 개인의 면역력도 중요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사회적 면역력이 아닐까.
사회적 면역력이란 믿을 수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사회 구성원간의 신뢰에서 생기는 것은 아닐까. 무조건적인 믿음이나 안심의 강요나 정보의 은폐는 사회적 불신을 조장한다. 그러나 상황과 정보는 공유하지만 개인의 일상은 지속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불안과 두려움 대신 안전함을 느끼게 되고 면역력이 증강된 상태가 아닐지. 그러니 제발 예정대로 면회 좀…. 문의: 062-653-3634
조현미 <행복심리명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