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박근혜 동일시 잠시 황홀
환상 깨어나면 공허…국민의 고통”

다수의 국민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자주 계산한다는 것이 대통령 자신에게는 애석한 일이겠지만, 이명박 대통령 시기부터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계산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다시금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계산해보니 2018년 2월까지 이제 2년7개월 정도가 남아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제 막 절반을 넘었다. 그의 남은 임기를 계산하는 것은 그가 남은 임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지, 임기를 마친 후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에 대한 개인적 관심 때문은 아니고, 단지 그의 국정 운영에 우리 국민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우선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밝히고, 그에 대한 처벌을 원하는 국민에게 실상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진상 규명과 처벌의 유예를 기다려야 하는 형벌을 받게 하고 있다. 국가가 지닌 대리적 정의 실현에 따른 카타르시스는 멀어져버렸고, 미완의 분노로 가슴이 적체돼 버렸다. 4대강의 녹조, 수상생물의 집단죽음, 음수 부적합, 가뭄대처능력 부족 등의 문제가 있음에도 보의 개방은 최소화 되었고, 자원외교 부실 문제도 국정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가경제를 살리겠다면서 개인의 실속을 더 챙긴 이명박 대통령의 거짓말은 아직 충분히 들통 나지 않아서 답답한 것이다.
‘무력 행사’ 아버지 시대 유산 부활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가? 그는 IMF 이후 ‘박정희 신드롬’으로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한다. 아니 입문했다기보다 복귀가 더 적당한 표현일 것이다. 그는 마치 아역배우가 일정기간의 잠복기를 거치다가 성인배우로 재귀하듯이 정계로 돌아왔다. 그는 아동기부터 크고 작은 국가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던가! 즉 그는 이미 30~40년 전부터 국정운영에 대한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단지 국정운영에 참여한 것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아버지로부터 국정운영에 대한 도제 교육도 받았다. 그가 아버지로부터 받은 국정철학은 ‘부강한 국가’였다. 그의 아버지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배를 부르게 해주더냐”라는 표현에서 보듯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미약했다. 박정희 대통령 임기 220개월 동안의 절반인 105개월 동안 계엄령과 위수령이 유지되었다.(다극적 현대성 맥락 속의 미완의 파시즘과 미성숙 시민사회, 홍윤기)
박정희 정권 이후 4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비록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가진, 더 나아가서 그를 신격화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대다수 국민은 이미 경제발전에 대한 환상만으로 현세를 이겨나갈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미 사람들은 국가 운영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에 대한 이상이 있고, 기업가와 노동자, 정치인과 시민의 권력의 평등성에 대한 강한 욕구가 있고, 급변하는 미래사회에 대해 동참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고,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갈구가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정서와 문화가 급변한 사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이데아는 아버지의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가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승승장구하게 되고, 대통령까지 되었지만, 그의 국정운영능력이 떨어진다는 증거들로 그에 대한 불신의 임계치를 이미 넘어섰다. 작은 충격에도 피로가 쌓여 건물이 붕괴되는데 이미 결코 작지 않은 충격들을 너무 많이 받았다. 국정원 대선 개입, 세월호 참사, 성완종 리스트, 메르스 사태,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와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압력 등 이 정도면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제외하고 그의 정치적 생명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시민시대, 굳이 영웅 기다릴 이유있나?
그에게는 국가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단지 그에 대한 비난 통제와 위압에만 에너지를 쓸 뿐이다. 방법은 달라졌지만 방식은 아버지의 무력을 통한 행사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어쩌면 아버지에게서 배운 정치학습의 고착이 폐해인지도 모르겠다.
화성에 새로운 거주지를 만든다는 시대에 한 국가의 경제를 영웅이 나타나 재건해줄 것이라는 시대착오적 신화에 매달려 몰표를 주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기애적 과대망상을 깨트려야 할 때가 왔다. ‘위대한 국가’라는 광영 속에 자신의 자아가 함께 할 것이라는 소망과 영웅과 함께 영원불멸할 것 같은 기대, 현세 모든 고통과 비천함을 보상해줄 것 같은 위로 등은 모두 거짓이다. 마치 자신이 영웅이 된 것인 마냥 환호하게 되면 자신의 내면은 공허하게 된다. 박정희·박근혜와 동일시를 통해 일시적인 황홀함은 느낄지 모르나 환상에서 깨어날 때는 공허함과 큰 고통이 따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망상으로 망친 주변의 어지러운 폐허도 눈에 들어올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힘이 아닌 누군가에게 국가 운영을 의존해서는, 기대해서는 결국 배신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충분히 배우지 않았는가? 우리는 시민이며 굳이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된다. 직접 우리 자신의 손으로 우리 자손의 미래와 사회를 준비하는 것이 더 떳떳한 삶이지 않겠는가!
정의석<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 모두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