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미유죄(無美有罪) 유미무죄(有美無罪)’의 심리학

스무살 넘은 아들은 깨우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고, 외출 후 아무데나 옷을 벗어 놓으며 밥 먹으라는 성화에 겨우 밥을 먹는다. 이런 녀석이 어떤 날은 ‘너무 얄미워’ 방문을 박차고 들어가 ‘내가 너 때문에…’라며 목소리를 높이는데, 정작 당사자인 그 녀석은 ‘왜 이러세요?’하는 표정으로 엄마인 나를 쳐다본다. 녀석의 얼굴을 마주한 나는….
누군가 때문에 화가 나서 그의 얼굴을 마주보며 그에게 화를, 짜증을 내 본적이 있는가? 분노에 찬 마음에서 육두문자와 모진 말들,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모든 공격적인 어휘를 마구 쏟아내었는가. 아니면 막상 그(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내가 받은 만큼’의 분량은 잊고 서운한 마음만 애매하게(?) 이야기 하고 말았는가.
첫인상 좋으면 불리한 정보 외면
‘화가 났다’는 말을 상대방에게 할 수 있다면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열 받아’ 코를 씩씩거리며 상대방에게 쫓아가더라도 막상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받은 만큼 화풀이를 못 할 수도 있다. 아니 못 한다. 왜냐하면 정말 화가 났을 때는 ‘눈에 뵈는 게 없는’ 상태여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눈앞에 상대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만큼 화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뒤차가 빵빵거린다고, 끼어들었다고, 양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욱’해져서 급제동을 걸거나, 무리하게 앞차에 끼어들어 ‘화 났음’을 보여주는 보복운전, 상대의 얼굴이 보이지 않고, 알지 못하기 때문에 ‘참아야 할 이유’가 별로 없을 것이다. 자신과 타인의 목숨을 위협하는 보복운전은 이렇게 가능해 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만일, ‘보복’하고 싶었던 상대가 예쁜, 아름다운, 훈훈한 얼굴이라면 어떨까? 상대가 김태희·유아인이라면?
똑같은 죄를 지어도 예쁘고 미소를 자주 짓는 여성은 잘 웃지 않고 매력 없는 여성에 반해 형량을 반밖에 받지 않았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또 우리나라의 경우, 1987년 115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한항공 폭파사건의 범인은 청순하고 순진무구해 보이는 외모 때문에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여성이 그런 범죄를…?’ ‘죽이기엔 아까운 얼굴이다’라는 동정 어린 눈길을 주었고, 결국 그녀는 특별사면을 받아 일반인과 결혼하여 살고 있다. 가히 외모 계에서 무미유죄(無美有罪) 유미무죄(有美無罪)현상이다.
심리학 영역에서 아름다움을 마주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맥락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상대방에 대해 뚜렷한 인상이 한번 형성되고 나면 이 인상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의 정보는 외면하는 경향이 있는데,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의 경우 첫인상을 좋게 평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 첫인상으로 이 사람에게 불리한 정보는 가치 절하하고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형량이 반으로 줄거나, 특별사면에는 이러한 맥락효과가 있다. 그러니 아름다워지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마다하지 않는 ‘성형 미인’이 쉽게 이해가 된다.
“나 화났어” 상대 얼굴 똑바로 쳐다보기
‘아름다움’은 주관적이고 시대마다 다르다. 하지만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은 살아가는 데 각종 프리미엄을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이것이 독이 되어 성형이나 보톡스 등 의학의 힘으로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싶어 하고, 자연스러운 노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정신적인 고통을 경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모든 이가 아름답게 태어나거나 영원히 아름다울 수는 없다.
그러나 누구라도 미소를 머금고 부드러운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것은 가능하다. 상대가 비록 화와 짜증을 자신에게 보일지라도. 그리고 이런 작은 행동으로도 상대의 기분을 좋게, 다르게 만들 수는 있다.
그러니 화가 났을 때, 상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렇게 상대의 얼굴을 마주하고도 억울함이 짜증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자신이 진정 ‘화 났다’는 것을 상대에게 표현해라. ‘내가 너 때문에 화가 났다’고.
조현미 <행복심리명상연구소 소장>
문의: 062-653-36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