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가면서 `하면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이 많았다면 지금보다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열심히 해도 되는 일이 없을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마틴 셀리그먼은 24마리의 개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개 24마리를 8마리씩 세 집단으로 나누어 상자에 넣고 두 집단에게는 전기 충격을 주었습니다.
첫 번째 집단의 개에게는 조작기를 누르면 전기 충격을 멈출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집단은 개들 스스로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도록 줄에 묶어 두어서 조작기를 눌러도 스스로 어떠한 대처도 할 수 없이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습니다. 끝으로 세 번째 집단에게는 전기 충격을 주지 않았습니다.
하루가 지난 이후 이들 세 집단의 개 24마리를 모두 다른 상자에 옮겨 놓고 다시 전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번에는 세 집단 모두 가운데 놓인 장애물을 쉽게 넘어가서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있도록 상자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24마리의 개들은 이전의 경험에 따라 각기 다르게 행동했습니다. 자신이 노력해서 전기 충격을 피했던 경험을 한 집단, 아무리 노력해도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없었던 집단, 전기 충격을 주지 않아 아무런 고통도 경험하지 않은 집단 모두 다른 행동을 했던 것입니다. 이미 자신의 힘으로 장애물을 극복한 성공경험이 있었던 집단은 상자 중앙에 놓인 장애물을 넘어 전기 충격을 피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끈에 묶인 채 자신의 노력으로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없었던 집단의 개들은 전기 충격이 주어지자 무기력하게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전기 충격을 고스란히 당하는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자신이 노력해도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없던 경험이 누적되면 어떤 일을 해도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고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게 된 것입니다.
셀리그먼은 자신의 노력으로 피할 수 없는 전기 충격을 경험한 개들은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전기 충격이 가해진 경우에도 피하려고 노력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이를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봤자 성공할 수 없다고 느끼고, 성공할 수 없으니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현상을 말합니다. 노력해도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나중에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도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자포자기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무기력은 전기 충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전기 충격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다는 경험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도 견디기 힘든 소음 상황을 주었을 때 자신이 노력해도 소음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이후에는 소음을 멈추기 위한 행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하고도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다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힘은 실패를 그저 잠시 일시적인 후퇴로 여길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희망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은 그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따뜻하고 낙관적인 태도를 갖도록 양육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