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떡국·육전… 산해진미 대령이오

대인시장 내 음식공방 이화점이 있다. 지나는 뭇 행인들이 한번쯤 곁눈질을 보내는 곳이다. 시각적으로 끌림을 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붉은 빛을 띤 누렇고 거무스름한 철제문이 활짝 젖혀져 있다. 빨간 천으로 감싼 백열등 불빛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쑥으로 버무린 허연 백설기와 칠게튀김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살림살이의 이력이 묻어있는 유기 반상기와 쟁첩, 오래된 떡살과 석작더미, 옹배기가 자리하고 있다. 공방주인의 분주한 뒷모습을 보면서 만장의 붉은 장미가 뚝뚝 떨어지는 사진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불빛 속에 드러난 주모의 얼굴은 이화처럼 창백하고 아름다웠다. 붉은 장미가 수놓아진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있다. 붉은 등이 켜져 있는 거리에서 술기운이 불콰한 사내들이 우글거리는 홍등가의 여인네? 아리따운 주모? 필시 배꽃과 관련된 애가 타는 절절한 사연이 있으리라. 그래서 이화점이라 했나? 도마 소리, 달그락거리는 찬기의 소리가 이내 멈췄다. 닭장떡국이 왔다.
감도가 심히 떨어진 붉은 빛이 묵직하게 어른거리고, 뼈에 엉겨있는 눅눅한 닭살이 보인다. 어슷하게 썬 가래떡 위에 얇게 부쳐 썬 지단과 큼직한 파가 고명으로 얹혀있다. 밑반찬으로는 조갯살젓갈·열무김치·감자순김치가 다소곳이 따라나왔다. 뼈에 붙은 닭살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짭쪼름한 옛날 맛이 코로 확 들이닥친다. 두툼하게 썬 가래떡을 얼른 입에 담았다. 혀에 엉겨붙는 확연한 짠맛과 이와 잇몸에 부들부들하게 물리는 슴슴한 맛이 뒤섞이면서 절묘하게 간이 맞아떨어졌다. 이번에는 가래떡을 먼저 입에 담고, 닭살을 뜯었다. 이 짭쪼름하기가 그지없는 거룩한 순간의 맛을 연거푸 반복했다. 중간 중간 조갯살젓갈을 넣고, 사이사이 아삭거리는 감자순김치를 오가면서 포만감이 머릿속으로 꽉 차올랐다.
“고것이 위대한 조선의 간장 맛이여, 닭장떡국은 해산물을 얻기 힘든 남도의 내륙 산간지역에서 해먹는 음식인데, 오래된 폐계를 썼지, 당연히 육질이 질겨, 가마솥에 뼈채로 토막쳐 흐므러지게 삶아, 조선간장으로 간을 혔지”
공방주인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곡차를 한순배 들이키는 찰나에 소리가 들렸다. 뜨뜨뜨, 찌찌찌, 트릭 턱, 주섬주섬… 육전 써는 소리가 귓가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음식이 챙겨져 나왔다. 공방주인이 쓰~윽 하고 살가운 한마디를 내뱉는다. “동그란 소고기 부채살이지, 연하고 식감이 좋아, 지방질도 적당해서 전부치기에는 안성맞춤이여, 밀가루 대신 찹쌀가루를 쓰면 육고기의 잡내가 싹 가시지“ 입과 혀를 부드럽게 감싸는 자분자분한 맛이 일품요리다. 명절 때나 한 입 묵을 수 있는 음식이다.
공방주인은 오래전 음식을 전공했고,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음식공방 이화점은 대인예술시장에서 이색적인 막걸리 카페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외지 길손들이 눈으로 찍고, 다시 들러 입으로 품격을 높여 간다는 곳, 부인네들이 시장의 요모조모를 도란도란 얘기꺼리를 만들어 가는 곳, 예술깨나 한다는 어르신들이 거나하게 취기가 돌면 목청껏 주모~ 라고 불러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 주모의 감춰진 매력과 제대로 된 손맛을 한꺼번에 보실량이면 미리미리 예약을 하시라. 오래전 남도 땅에서 회자되는 온갖 산해진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 차림 : 닭장떡국 5000원, 육전 1만 원, 홍어전 1만 원, 조기전 1만 원, 해물야채전 1만 원, 머리고기 1만 원, 오징어회무침 1만 원, 홍어사시미 2만 원 (차림에 없는 온갖 메뉴는 미리 시간을 두시고 예약을 하시면 가능함)
▶ 주소 : 광주 동구 대인동 327-9(대인시장)
▶연락처 : 062)471-2620
▶ 음식공방 이화점에서 하는 일 : 문화예술공연과 함께하는 한식 출장뷔페, 맞춤형 소모임 및 파티모임, 상견례 및 이바지음식, 결혼식, 개업식, 전시회, 출판기념회, 잔치음식, 돌잔치, 생신, 회갑음식 등등
글·사진= 장원익<남도향토음식박물관 학예연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