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방학을 마치고 다시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우리 아이들은 조금 힘든 시간을 지냈을 것입니다. 직장에 출근하는 우리의 발걸음이 가볍다면 하루 종일 직장에서 마음이 행복하고 업무가 효율적일 수 있겠지요? 마찬가지로 우리 아이들이 등굣길이 즐겁다면 학교에서 공부도 더 잘하고 친구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지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를 기대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아이들이 학교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도와주십시오. “너 이렇게 하면 학교에 가서 선생님한테 혼 나!”, “너 선생님한테 일러 줄 거야!”라는 말 대신 이제부터는 부모님께서 이렇게 말씀해주세요. “내일 학교에 가면 어떤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 “만일 학교가 없다면?” 등의 질문을 아이에게 해 보세요. 이 때 아이가 하는 모든 이야기가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단지 이런 질문을 통해서 아이가 학교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한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아이는 재미있게 놀던 친구를 만날 수 없어서 방학이 싫다고도 합니다. 또 어떤 아이는 방학이 되면 더 많은 학원을 다녀야하기 때문에 개학을 기다렸다고 말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학교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개학이 좋다고 말합니다. 아이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학교는 지금도 아이들에게 즐거운 곳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의 한 마디 말로 학교에 대한 자녀의 긍정적 생각을 더욱 키워주신다면 아이는 학교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됩니다.
중년을 넘어선 세대는 각자 집에서 다른 반찬을 싸가지고 학교에 가서 친구와 함께 나누어 먹던 도시락 먹는 점심시간에 대한 에피소드가 유난히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된 세대들은 “도시락 먹는 재미로 학교에 다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공부는 잘 했건, 그렇지 않았건 상관없이 학교는 재미있는 곳이고 지금까지 우리 마음에 간직한 많은 추억을 학교에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자녀가 급식 먹는 재미로 학교에 다닌다고 해서 아이를 염려하면서 한숨 쉬거나 아이를 비웃을 필요는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경험을 하고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면 지극히 정상이라는 의미입니다.
다만 아이가 급식 먹는 재미는 물론 또 다른 재미를 하나씩 더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됩니다. 많은 아이들이 외국어와 수학 시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음악시간과 체육시간을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수업이 있는 날이면 학교에 가는 발걸음이 가볍고 신나 보입니다. 아이가 등굣길에 기대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 날 아이는 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자녀가 못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부모님이 초점을 맞춘다면 아이의 발달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학교에 가는 아이에게 “오늘 급식은 네가 좋아하는 돈까스네, 맛있게 먹고 와!”, “오늘은 우리 정윤이가 좋아하는 체육시간이네, 친구들이랑 신나게 뛰어놀 수 있어서 좋겠다!” 이런 말을 듣고 신나는 발걸음으로 등교한다면 아이는 학교에서 지내는 하루가 신나고 행복할 것입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