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는 좋지만 안일함은 아쉬워

외모가 현대 사회의 ‘자본’이 된지 이미 오래다. 이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굴과 몸매 그리고 겉모습을 꾸미기 위해 그토록 혈안이 되어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뷰티 인사이드’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겉모습이 변하는 남자가 있다. 우진은 얼굴은 물론 성별·나이, 심지어는 인종까지 바뀌며, 18살 이후 10년 넘게 ‘하루짜리 인생’을 반복해서 살았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사랑에 빠진다. 상대는 가구점 점원인 이수(한효주)다. 매일 변하는 인간으로 잘 적응하며 살아왔던 사람이,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고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여곡절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우진은 잘생긴 남자의 외모로 깨어난 날 이수에게 접근하여 그녀의 환심을 사는데 성공하지만, 잠들지 않을 수는 없기에 중년의 아저씨로 깨어나며 실망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진의 계속해서 변모하는 조건을 감안한다면, 이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사랑을 얻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 영화는 두 사람이 가까워질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했고, 드디어는 연인으로 까지 발전시킨다.
이쯤 되면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분명해 진다. 그렇다. ‘뷰티 인사이드’는 외모나 성별, 나이와 상관없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권장하는 판타지인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모순에 빠지고 만다. 두 연인이 장애 요소를 극복하고 사랑을 약속하는 영화의 서사에서 외모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수시로 변하는 우진이 이수 앞에 설 때, 외모의 차등을 두어 역할을 할당시킨다. 사랑의 여정에서 외모가 출중한 배우들은 비중 있는 역할을, 그렇지 못한 배우들은 웃음을 주는 배역을 맞게 되는 것이다.
이는 ‘뷰티 인사이드’가 애초에 의도했던 겉모습에 대한 집착보다는 마음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자 했던 취지에 어긋난다. 결국 이 영화는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이를 알고도 묵인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호기심을 자극하던 두 사람의 사랑이 현실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관객들이 익히 보아왔던 로맨스영화의 관습들을 답습한다. 우진과 이수는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위기를 겪지만, 사랑의 힘으로 이를 극복한다는 진부함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기존의 로맨스영화와는 색다름을 선사하고자 의욕을 보였지만, 안일한 방식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 차치한다면, 이 영화는 장점이 많은 영화다. 우선 꼽을 수 있는 것은, 황당무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는 솜씨는 높이살 만하다. 이와 함께 21명의 우진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내면이 한결같은 인물로 느껴진다는 점에서 감독의 세심한 연출력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다 광고감독으로 장시간 이력을 쌓은 감독의 작품답게 장면 장면의 수려한 화면구성이 돋보이고, 이수를 연기하는 한효주가 각각의 모습으로 변하는 우진들에게 반응하는 섬세한 연기 역시 출중하다.
이렇듯 ‘뷰티 인사이드’는, 영화의 만듦새에 있어서 나름의 완성도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담아내고자 했던 주제의식이 동시대성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외모를 꾸미는 것에 목숨을 거는 우리 시대에, 외모보다는 상대의 따뜻한 마음을 발견하자는 메시지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조대영 <영화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