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지금 자살해요, 엄마” 엄마한테 야단맞고 나간 아이에게서 이런 카톡 메세지가 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런데, 만약 그 카톡 메시지가 거짓이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너무 극단적인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어릴 적 “나, 밥 안 먹을 거야”에서 시작해서 “나, 학원 안 다닐 거야”, “나, 시험공부 안 할 거야”와 같은 흔한 협박을 넘어 자살· 가출과 같은 방법으로 부모를 괴롭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수동공격이라고 하는데요, 상대에게 공격을 직접 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해를 함으로써 상대가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게 해 굴복시키는 방법입니다.
부모·자녀간 100전 100승의 문제점
부모와 관계가 좋다면 위의 예와 같이 극단적으로 갈 일은 없지만 그럼에도 이 주제는 우리 사회 교육 전반에 걸쳐있는 중요한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이미 상당히 개인주의화가 이루어진 사회입니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어느 정도 정착된 사회적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자기가 맡은 구역을 청소하는 데에는 책임을 느끼지만 바로 옆 결석한 친구의 청소구역까지 청소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네 인생은 네가 책임지는 거야”라고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그런데 실상은 부모가 다 책임집니다. 아이에게 선택권과 기회를 주지 않고 공부를 안 해도 부모가 더 걱정하고, 밥을 안 먹어도 부모가 더 걱정합니다. 아이들은 어느 순간 깨닫습니다. “아, 내 인생은 엄마의 것이구나, 잘 되도 못 되도 다 엄마의 문제이니 난 그저 시키는 대로나 해야겠다” 그래서 딱 시키는 것만 하는 수동적이고 우울하거나 신경질적인 아이가 됩니다.
이런 아이들의 부모님은 대개 자녀들에게 100전 100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서부터 아이가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해 고민하도록 도우며 자신의 일에 대해 자신이 책임질 수 있도록 하는-예를 들어 늦잠을 자면 차로 태워다 주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가서 혼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로 아이와 부모의 싸움은 10번 중 부모 6~7승, 자녀 3~4승이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위와는 반대로 부모에게 100전 100승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일까지 다 책임지거나 아이에게 책임지우지 않으려는 것을 약점으로 간파하고 위의 예처럼 자신을 망가뜨리는 방법으로 부모를 협박하여 자신의 편의를 도모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가출 후 생활이 편해졌다고 자랑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부모 자식 간의 적절한 ‘밀당(?)’이 있어야 합니다. 부모가 다 이겨도 안 되겠지만 부모에게 100전100승하는 아이들은 학교에도 사회에도 적응할 수 없습니다.
양보없이 충돌하면 둘 다 자멸
양쪽이 다 물러서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자녀 양육은 치킨게임이 아닙니다. 어느 한 쪽도 핸들을 꺾지 않을 경우 게임에서는 둘 다 승자가 되지만, 결국 충돌함으로써 양쪽 모두 자멸하게 됩니다.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겠습니다. 끝으로 아이가 가정의 주도권을 가진, 비행청소년을 둔 가정의 위기 해결 방안을 요약해 알려드립니다.
△문제가 경미-부모의 갈등 해결에 초점.
△다소 심각한 경우-부모가 자녀와 정서적 유대를 유지하며 지속적 교육을 시도.
△매우 심각한 경우-자녀를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부모의 통제력을 강화. 가정의 질서를 회복.
김우영 <나주중학교 Wee클래스 상담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