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해법? 정부, 고통에 다가서라

 어릴 때 동네 근처에 왜 그렇게 뱀 장사와 약 장사들이 많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체계적인 의료정보도 신뢰할 만한 의료기관이 많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장사하는 것을 보면 대체로 비슷하다. 사회자가 약의 효능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한다. 지리산이 어떻고, 설악산이 어떻고, 산삼이 어떻고, 살모사가 어떻고 등등. 그리고 중간에 차력사나 가수 등이 등장해 흥을 돋운다. 군중들이 그 약을 살까말까 고민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바로 바람잡이다. “아 거기 좀 줘보쇼!”라든가, “저거 정말 효과 끝내 주더만!”과 같은 감탄사와 함께 약을 사고, 함께 약을 사는 사람이 서너 사람 이상이 되면 군중들은 집단역동에 따라 끌려가듯 그들이 쳐놓은 텐트로 들어가서 구매하게 된다.

 최근의 노동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과 박근혜 대통령의 `청년펀드’ 조성을 보면서 그 옛날의 동네 약장사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마치 효과도 없는 가짜 약을 팔 듯 앞으로 국가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면서 지금도 열악한 노동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려고 한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장기근속자의 임금을 삭감하여 절약된 인건비를 청년들의 고용을 위해 사용할 것이란다. 이 말을 믿는 국민들이 얼마나 있을까?

 

 ▶혼실 호도 나쁜 바람잡이, 청년펀드

 

 더욱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사람보다 거기에 맞장구치며 거짓을 사실처럼 환각을 만드는 바람잡이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청년펀드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고작 2000만 원과 월급의 20%로 대한민국 청년 실업 문제의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다는 것인가! 일부 정치인과 기업인 그리고 친정부적인 개인들의 기부가 미담처럼 이어지겠지만 다음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 지속되기도 어려울 것이다.

 올해 3월부터 청년들을 위한 무료집단상담을 서울과 광주에서 진행하고 있다. 청년들은 그들을 위한 이런 서비스마저도 이용하지 못할 만큼 힘들고 지쳐있다. 내가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경험이 영향을 주었다. 하나는 전남대학교 학생생활연구소에서의 2년간 근무경험이다. 전남대학교 도서관은 지역에서 조금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광주지역 대학교를 졸업한 다수의 청년들이 모인다는 점이다. 대졸 미취업 청년들은 자신이 졸업한 대학 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 왜냐하면 동기나 후배들과의 만남이 거북스럽기 때문이다. 전남대학 도서관에는 공부는 하지 않으면서 몇년 간 꾸준히 출석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장기간 공무원 준비 등을 하다가 구직을 포기한 사람들과 심리적 문제가 발병하여 더 이상 정상적인 취업 준비를 단념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도서관에서는 가끔 심리적 이상을 지닌 사람들의 폭행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청년들을 위한 활동에 영향을 준 두 번째 경험은 한 후배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다. 20여 년 전 시내 모 영어회화학원에서 그 후배를 만났다. 그때 그 후배는 서울지역 모 대학 4학년 학생이었고, 꽤 총명하고 빠른 두뇌의 소유자였다. 그는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이었다. 회화과정을 마친 후 같은 그룹에 있던 후배들과 삼사년간 만나면서 서로 안부를 확인하곤 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후배는 사법시험을 포기하고 어느 새 7급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집안 사정과 심리적 압박감이 컸던 모양이다. 이제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불편해하며 심리적으로도 많이 황폐화되어 있었다. 그 후 몇 년 동안 대학 캠퍼스에서 오가며 가끔 만났고, 가볍게 물어보는 안부에 쑥스러워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는 9급 공무원준비로 취업목표를 바꿨다고 했다.

 

 ▶버림받은 20년…정신 온전할 리 없다

 

 작년 어느 때쯤 도서관 뒤편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를 보았다. 이제 그를 본지 벌써 20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대학 근처를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그에게 안부를 물어보았다. 그는 연신 담배를 깊게 피우면서 자신이 타임즈 국내 담당 기자인데 대학에 잠입취재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구부정한 어깨에 치매처럼 손을 떨면서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나는 그가 계속해서 공무원 시험준비를 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이제 공부하지 않는다, 3시가 되면 집에 간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 머리에서 안테나를 뽑아서 세계에서 오는 소식을 듣고 기사를 쓴다고 했다. 이런 말을 하다 갑자기 그는 지금 자신에게 술 한 잔 사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어렵다고 했고 그 후배는 매우 낭패라는 듯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집에 가야겠다고 자리를 떴다.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지금도 횡단보도에서 손을 떨며,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곤 하는 그를 가끔 본다. 그는 정신이상처럼 보이지만 20여 년 전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기업을 꿈꾸기엔 학력과 스펙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지방대학생들, 중견기업에 취업해도 비정규직으로 안정된 미래를 꿈꾸기엔 어려운 능력 있는 청년들은 경쟁이 공평하고, 신분이 보장되고, 안정적인 공무원을 지원하게 돼있다. 그들은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학교·친구·지역사회 심지어 가족과도 고립된 채 수년간을 취업을 위해 노력한다. 지역대학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국가는 더 이상 청년들의 푸른 시절이 끝나기 전에 행동으로 그리고 진실로 답해야 한다. 더구나 국가의 수장은 더 이상 거짓이 아닌 진실로 그들의 고통에 다가가야 한다. 거짓으로 그들의 고통에 두 번의 모욕을 주어서는 결코 안 되겠다.

정의석 <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 모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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