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집단생활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녀의 경우, 가정에서 처음 집단을 경험해보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 등 끊임없이 집단 속에서 자신의 역할에 적절한 언행을 하면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통해 성장하게 됩니다.
모든 집단에는 그만의 특별한 규칙이 있고 그 규칙은 부모나 선생님, 또래의 안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또 설명해주지 않는 규칙까지도 알고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집단의 규칙에 부응했을 때에서야 비로소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집단의 규칙을 알고 적절하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구를 참고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 자녀가 성장하면서 새롭게 속하는 집단에서도 규칙을 알고 따를 수 있어야만 새로운 집단에서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적응하고 환영받을 수 있습니다.
자녀가 속하게 되는 집단은 가정·학교, 성장하면서 직장이나 배우자를 만나 새로운 가족 구성원이 되는 등 집단 규칙은 점차 ‘자신’ 중심에서 더욱 멀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다양한 집단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조직구성원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조직 내부에 숨겨져 있는 기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각 집단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각 집단마다 다른 규칙에 대한 적응력과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에게 현재 자녀가 처한 상황에서 적절한 행동을 알려줘야 합니다. 자녀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것은 자녀가 앞으로 경험하게 되는 집단생활에 대한 적응력을 낮추게 됩니다. 지금 당장 자녀가 원하는 행동을 해도 되는 것인지 집단의 규칙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집단의 규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자녀가 지금 하고 싶은 행동을 조금 미룬다면 더 많은 보상을 주는 만족 지연에 대한 유명한 실험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5세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사탕을 주고 20분 정도 먹지 않고 참을 수 있다면 한 봉지를 더 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몇 명의 아이들만이 손에 사탕봉지를 쥐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참고 먹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0년 후 학업능력을 살펴보았을 때 놀라운 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단 20분의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한 봉지의 사탕을 더 갖기 위해 참았던 아이들, 청소년기에 사탕을 먹고 싶었지만 참고 사탕 한 봉지를 더 받았던 아이들이 참지 못하고 사탕을 먹었던 아이들에 비해 탁월하게 학업능력이 높았습니다.
교육학자인 루소는 ‘자녀가 원하는 것을 지금 당장 자녀의 손에 주는 부모’가 자녀를 가장 불행한 사람으로 키우는 부모라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당장 자신의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은 집단의 적응은 물론 자신이 해야 하는 다양한 역할에 대한 능력과도 관계가 많습니다. 충동조절력을 키워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와 협상을 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거나 안 된다고 하지 말고, 조건을 붙여서 잠시 자녀의 욕구를 당장 충족시켜주지 말고 미루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테면 비싼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면 자녀도 용돈을 모으는 등 함께 노력한 이후에 사주기로 약속해보십시오. 자녀가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일을 참았을 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경험을 한다면 자녀는 노력을 통해 성취의 달콤함을 알게 될 것입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