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어땠어?’ 내가 먼저 토닥토닥 쓰담쓰담

프리랜서로 일한 지 2년차인 요즘 ‘잘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러면서 지난 주 강의하다 버벅댔던 기억이 떠오르고, 다음 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때면 등에 땀이 맺히고 힘들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날은 무얼 먹어도 맛을 모르겠고 혼자 있는 게 정말 싫다.
여러분은 어떤 때 위로가 필요한가? 하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낙담될 때, 누군가와 이별을 했거나 혼자라고 느껴질 때, 아플 때, 슬플 때, 너무 애쓴 나머지 지친다는 느낌이 들 때? 또 이런 때에 어떤 위로가 필요한가. ‘괜찮다’고 ‘잘 될거야’라는 말을 듣고 싶은가, 아니면 ‘함께 있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좋은가.
접촉을 통해 위안 얻는다
지난 주, 후배는 아이 키우며 공부하고, 살림하느라 항상 바쁘고 지친 자신에게 이것저것 요구하고 주문하는 친정엄마에게 짜증과 화가 나고 엄마의 요구를 거절했을 때 느끼는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괴롭다고 했다. 슈퍼우먼이 되어 ‘더 잘’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너무 힘이 들고 바빠 어쩔수가 없다고. 그런 그녀의 손을 잡고 ‘괜찮아, 괜찮아’라며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자 사람이 많은 카페 안에서 그녀를 울음을 터뜨렸다.
애착으로 유명한 볼비(John Bowlby 1907-1990)는 원숭이 실험에서 ‘접촉’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고 말한다. 새끼 원숭이를 어미와 격리시켜 차갑고 딱딱한 모형에 우유병을 걸어놓은 먹이를 주는 철사 엄마와 먹이는 없지만 헝겊으로 된 엄마를 주면, 아기 원숭이는 먹이를 먹는 시간외의 대부분 시간을 헝겊 엄마와 보낸다. 새끼 원숭이는 우유는 없지만 따뜻함을 주는 헝겊 엄마를 선택했고, 특히 공포나 불안, 긴장이 느껴지는 상황에서는 헝겊 엄마에게 달라붙어 있어 정서적인 위안을 얻는다. 위로가 필요한 우리에게 누군가(그 혹은 그녀가 상대방에게 의미가 있고 중요한 타인이면 더 좋다)의 포옹이나 토닥거림, 머리나 손을 쓰다듬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와 지지를 느끼게 하는 기제이다.
그러나 필요로 하는 위로와 편안함을 경험하지 못하게 되면 주변 사람에게 사랑에 대한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죄책감이나 우울감을 경험하거나, 친밀하지 못하고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피상적인 대인관계하거나, 채워지지 않는 욕구로 인해 집중력 결함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면 말해보자. 나약한 모습 보이기 싫어서, 강해 보이고 싶어서,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할까봐서 혼자 애쓸 필요가 없다.
요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으로 자신감이 없어진 나를 위해 친구가 해준 ‘나도 그랬어. 그렇게 힘든 시간이 나에게도 있었지’라는 말이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 그리고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올려놓은 ‘3년 전 걱정한 거 기억나? 1년 전 걱정은? 6개월 전 걱정은? 지금 그 걱정도 곧 그렇게 될거야’라는 글도 나를 일으켜 세우는 위로의 말이다.
무심한 거절에 상처받고 위축되고…
그런데 여러분의 주변에는 여러분을 위로해 줄 사람이 상시(?) 대기 중인가. 아마도 아닐 것이다. ‘술 한잔 하자’는 문자에 ‘오늘은…있다’는 거절문자를 받기가 쉬울 것이다. 더욱이 위로를 필요로 하는 이의 마음은 자신의 존재를 작고 초라하게 느끼며 소심해져 있다. 친한 이의 무심한 거절은 상처와 독이 되어 더욱 위축되는 악순환이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누군가를 위한 위로의 말을 상시 준비하고 있으면 어떨까.
‘오늘 하루 어땠어?’ ‘별일 없었어?’ ‘말 안 해도 알아’ ‘많이 힘 들었구나’ ‘그러니 얼마나 힘들겠어’ ‘괜찮아, 괜찮아’라고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 주거나, 그녀 혹은 그를 포옹해 주는 건 어떨까. 그리고 누군가 그랬다. 노력을 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우리는 이미 충분하니까.
문의: 062-653-3634
조현미 <행복심리명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