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부모님들은 자녀의 건강에 관심이 많습니다. 행여 자녀가 감기에라도 걸렸다면 약을 먹이고 따뜻한 차를 마시게 하면서 아이의 체온을 살펴봅니다. 그런데 혹시 아이의 몸은 건강하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아닌지 염려해본 적 있으신가요? 아침 일찍 등교하는 아이에게 빵이라도 하나 먹여 보내려고 애쓰면서 자녀가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해 시린 마음으로 집을 나선적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OECD 국가 중 10년 연속 자살율 1위이며 청소년 자살률 역시 1위입니다. 이러한 현실이 바로 대한민국이며 우리의 모습 입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튼튼하지 못해서 생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와서 제 아이에게 이렇게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명진이 아줌마 딸은 이번 수능시험을 무척 잘 보았다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늘 열심히 공부하더니 역시!” 친구를 만난 뒤 그저 별 생각 없이 했던 말이지만 제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많이 주었을 것입니다. 제 아이가 모든 것을 조금이라 더 열심히 하고 그래서 더 잘했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했던 말들입니다. 그런데 입장을 바꾸어 제 아이가 “엄마! 명진이 아줌마는 늘 아이들도 잘 챙겨주시고 반찬도 맛있게 잘 만드시고…”, “명진이 아줌마네 아이들은 좋겠어요. 부러워요!” 했다면 어땠을까요?
늘 일하느라 밖에서 많은 시간을 지내는 제게 비난이나 요구는 하지 않지만 제 친구의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말 한마디에 과연 저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진심으로 반성하고 아이를 더 잘 챙기고 바쁜 시간을 쪼개어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에 대해 노력했을까요? 또한 부모 노릇 더 잘하라고 제 친구와 저를 비교하는 아이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이었을까요?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긍정적인 생각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피곤하고 힘든 날, 제 아이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면 무척 섭섭했을 테고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제 아이가 몰라주는 것에 대해 정말 많이 마음이 상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부모님이 다른 집 자녀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고 자녀가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줍니다.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하는 자녀들은 더욱 그러합니다.
부모님이 자신을 남과 비교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아이의 마음은 상처투성이가 되어 부모님께서 더 열심히 하기를 바라시는 마음과는 전혀 상관없이 마음의 문마저도 닫게 됩니다. 아이마다 서로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옆집 아이는 공부를 잘하지만 우리 아이는 친구들과 잘 지내는 능력이 있고 가족들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챙겨주는 아이일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내 아이를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태도는 아이의 장점이나 관심사와 재능도 잘 모르면서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만 키우려 하기 때문입니다. 옆집 아이와 우리 집 아이를 비교하고 싶다면 아이의 성적보다는 부모님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먼저 비교해보세요. 어쩌면 옆집 아이와 우리 집 아이의 차이점은 부모님의 태도에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옆집 아이는 `이렇구나!’보다는 `옆집 엄마는 아이가 실수를 했을 때에도 이런 말로 격려를 해주는구나!’ 등 부모님의 태도에 대한 차이점을 먼저 깨달아야 합니다.
김경란 <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kimklan@kwu.ac.kr
